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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10. 2020

절친의 형을 회사에서 만났어요

인연은 감동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에 인연이란 것은 아주 묘하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는 게 인연이고, 인연이 아닌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악연이라 했는데 이왕 악연보다는 인연이 나을 터 오늘의 말 같지 않는 작은 인연에 대한 글이다.


목이 아파 병원에 간 김에 마침 점심시간이라 혼밥 하기 도 그렇고 해서 다급히 직원을 불러 외식을 한 게 인연의 출발이었다. 두런두런 신나게 고등어구이와 더덕구이를 배불리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여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지다 허전함을 느낄 찰나 손전화(휴대폰)가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손전화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급히 주자장으로 달려가 차 내부를 뒤졌는 데 안 나왔다.  밥 먹다 직원과 뒷담화에 집중하다 식탁(테이블) 위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경비실 전화를 빌려 같이 식사한 직원에게 식당에 흘린 손전화가 있는지 전화해달라 부탁하려고 가까운 경비실에 들렸다. 사정을 말하고 경비실 전화 수화기를 드는 순간에 경비 한분이 내 출입증을  흘깃 보더니 "혹시 H군 아세요" 하고 훅 치고 나오는 것이었다.


"어! 절친인데 어떻게 아세요? 인천이 아니고 부산에 있는데요"

"형입니다."

"예? 형은 항만청 다니시는 형이 있는데 그분이세요?"  경계를 하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니 둘째 형입니다." "예? 예? 예? 둘째 형은 없는데요?""쩜쩜쩜..........." "혹시 마스크 벗어 보실 수 있나요?"


닮았다. 놀라서 자빠 지는 줄 알았다. H군은 나에게 둘째 형이 있다는 애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급히 H군에게 말했더니 둘째 형은 방랑 생활을 하였기에 가족과 연락도 왕래도 잘 없었다 했다. 와~ 진짜 이런 일이 나에게 있을 수 있는지 신통방통 할 일이었다. 여기 근무한 지 얼마 되셨는지 물었더니 3년이 되었다 하셨다. 아마 그동안 몰랐던 것이 경비업체 소속이라 가족들에게 경비업체로 알려졌을 테고 이번 정규직 전환에 회사 이름이 가족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급 다정하게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옛날 영도에서 H군의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큰형들과 나누었던 옛날 이야기를 쭈욱 풀어놓았더니 생각보다 동생과 절친 이란 느낌을 받으셨는지 조금 놀라시는 눈치였다. 우연의 인연에 어머니, 큰형, 여동생 소식을 한꺼 번에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벌써 30년이 지난 부산의 추억들이 소환되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이는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는 것도 인연이겠지만 가끔씩 살다 보면 작게 놀라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인연은 고맙고 감사하다. 이런 날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진다. 와우~ 대단한 날이다. 즐거운 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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