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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09. 2020

지금 경찰서로 나오세요

믿고 사는 사회는 영원히 어렵겠지?

휴가의 마지막 날 저녁 느닷없이 등록되지 않은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서란다.

"어! 내가 뭐 잘못했나?"  멈칫했다.

"회색 차 소유주 되시죠? 지금 경찰서로 나와 주셔야겠습니다."

"회색 차 아닌데요"  순간 보이스 피싱이 생각나서 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하다 에라 한 번 더 받고 야단이나 치자라고 생각했다.

내차는 회색도 아닐뿐더러 늦은 밤에 경찰 공무원들이 절차 없이 출두 전화를 할리도 없고, 내 전화번호를 안다는 것이 나름 보이스피싱의 근거였다. 갑자기 개인정보가 노출되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경찰서에서 왜 밤에 나와라 그래요? 보이스 피싱이죠? 만약 경찰서라면 내일 업무시간에 나갈게요."

"여보세요. 내 말 끝까지 들어 보세요. 문콕 사고입니다"

"뚝 ~~~" 전화를 매물 차게 끊었다. 보이스 피싱을 확신했다. 문콕? 아무리 생각해도 동선에서 문콕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섰다. 다녀 간 곳이라면 골프 연습장 주자창인데 워낙 고가의 외제차가 많아서 조심 또 조심하고 있어 문콕이란 어불성설이라 추정했다.


유선전화에서 휴대폰 전화로 바꾸어 전화를 끊임없이 해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의심. 진짠가? 보이스피싱이라면  끈질기지 않을 텐데. 불안한 마음에 확인이나 하자 싶어서 해당 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를 하여 유선전화와 휴대폰 전화번호를 불려주고 경찰서가 맞냐고 물었다. 민원실 전화 중에도 계속 전화는 오고 있었다.

"네, 문의하신 전화번호는 경찰서 교통과 민원실 맞습니다. 김***  장이십니다. 전화받으셔야 합니다"

"............"  우웃~, 급 당황.


긴장된 목소리로 폰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 장님, 죄송합니다. 어떤 일입니까?"

"거 봐요. 왜 끝까지 내 말을 들어라 했는데 안 들어욧. 옆에 여자분 목소리 있네요. 빨리 같이 나오세요"

"네,............."


부리나케 달려 간 민원실, "휴가 마지막 날 경찰서가 웬 말이냐? 괘씸죄 걸리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민원실에 도착해서 보니 5명의 사람이 민원실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초리들이 무서웠다........  경찰관에게는 공손하게 거듭 사과를 했다.

"왜 말을 안 들어요"

"보이스 피싱인 줄 알고........................"


컴 화면을 보란다. "사모님 차 맞으시죠?" "네,................."    기죽어 계속 쩜쩜 쩜쩜만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보여준 것은 블랙박스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에는 아내가 씩씩하게 걸어가더니 차문을 힘차게 열어 옆 차를 쿵하고 부딪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아. 뿔. 사 ~


의문의 판도라 상자가 열어지는 순간 모든 인과가 밝혀졌다. 회색 차는 아내 차였고, 아내 명의가 아니라 내 명의로 되어있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조회를 통해 차주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교통 민원과는 당직이 바뀌기에 근무시간에 일어난 일은 그때 해결해야 업무가 편하다는 것과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어 계속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미안해하는 아내에게는 외제차 아니라 다행이라 위로했다. 진짜 외제차 아닌 것은 다행이었다. 엔간해서는 직장에서도 과정에는 화를 내도 큰 문제를 발생시킨 후 직원에게는 나무라지 않는 성격이라 화를 내지는 않았다. 아마 말을 못 해서 그러지 미안했을 것이다. 쿨하게 인정 후 피해자에게 보험 처리하기로 약속하고 피해 차를 보고자 내려갔는데 현장을 확인하자마자 속이 확 뒤집어졌다.


차번호가 여섯 자리로 출고가 얼마지 않은 새 차가 분명했다. 차를 뽑으면 잔 흠집도 마음의 흠집과 동일하게 억장이 무너 지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한다 싶을 정도의 점하나 찍힌 상태였다. 속으로 "아이쿠야~" 탄식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쩌겠나 엎질러진 물 담을 수도 없고. 순간 우길까 싶었더니 우린 x06호, 피해자 x06호로 아파트 줄줄이란다. 승강기에서 아니 볼 얼굴도 아니기에 아무 말하지 않았다. 못했다.


난 구분도 안간다고오 ~~~~


돌아오는 길에 속상해하는 아내에게 다시 외제차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위로를 했다. 다음부터는 문콕 조심하라고, 특히 외제차 콕하는 날엔 문짝까지 갈아 주면 천만 원 훌쩍 날아간다고 하면서. 이만하길 다행이지 하마터면 휴가 마지막 날에 기분 훅 날릴 뻔했다. 사건을 마무리하고 승강기를 탔는데 "뜨악~",  바로 그 아주머니를 만났다. 이런 우연은 싫다 진짜. 상호 뻘쭘. 서먹서먹.


참고로 문콕은 도로교통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서 소관이 아니라 한다. 민원 발생 시 민사 대상이라 한다. 수리비용 82만 원, 보험처리. 내년 보험비에 반영된다는 소리에 또 속 쓰린 아내. 어쩌면 잘 못이 문콕을 할 수밖에 없는 주차장 구조, 넓이가 원인일 수도 있을 텐데.


보이스피싱 의심으로 인한 작은 소동이 벌써 세 번째이다. 믿거나 말거나 가장 신뢰해야 하는 조직인 경찰서 두 번에 방송사 1번. 경찰관님은 또 얼마나 당황했을까?

"이런 미췬~ ㄴㅗㅁ"


소동의 원인을 보자면 속고만 살아왔는지 사회를 신뢰를 하지 못한 나, 구조적 주차장 문제에도 문콕 하는 사람의 부주의만 탓하는 신차 차주의 합동이지 않았나 싶다. 웃지 못할 그러하다고 울 수도 없는 속상하기만 한 하루였다.


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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