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 이야기

아무나 도선사(Pilot)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맘때쯤 술렁이는 바닷가

by 바다 김춘식

도선사 합격자 발표에 올해도 바닷가는 술렁입니다. 이번에 누가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지 분주하게 확인을 해야 합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뱃 사람이라면 도선사는 꿈이자 로망 그리고 명예입니다.


도선사, 영어로 Pilot이라 합니다. 사찰 이름은 더욱이도 아닙니다. 일반인들의 Pilot은 전투기 조종사를 먼저 떠 올립니다. 가끔은 필기구를 떠 올리시는 분도 있을까요? 간단 검색만 해도 Pilot의 어원이 항공기가 아니라 배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유규한 역사의 전통을 가진 배를 우선 할 수는 없는 것 이겠지요.


도선사란 배 운전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양을 항해한 배가 부두에 선장 대신 발레파킹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배가 일정 구역의 항내를 들어오면 선장과 협력하여 안전하게 부두에 주차를 해주는 역할이죠. 배를 운전하는 기술은 최고여야 할 뿐 아니라 입항하는 항구의 항로, 조류, 풍향, 수심, 입출항 선박 정보 그리고 영어 구사력까지 완전 빠꼼이인 고급 대리 주차인 입니다.


도선사가 부러움의 대상인 것은 최고의 전문가란 자부심, 고액 연봉, 안정적인 직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그런 만큼 도선사가 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6,000톤(보통 길이가 100미터 전후 배) 이상의 배 선장 경력이 3년 이상 되어야 합니다.


대학 졸업을 하고 최고 빠른 승진을 해다 가정해도 3등 항해사 2년, 2등 항해사 2년, 1등 항해사 3년, 선장 3년을 포함하면 최소 9년을 바다를 집으로 삼아야 합니다. 9년 경력이 무엇보다 힘든 것은 할 것도, 볼 것도, 즐길 도 너무나도 많아진 사회와 부르기만 해도 눈물 날 것 같은 가족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와중 짬짬이 공부 외 업무를 병행해야 하므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는 거죠. 간간히 선장이 도선사 공부를 한다면 아무래도 직무 소홀에 대해 싫어하기도 합니다.


도선사 시험 경력이 완화되어 빠르면 30대가 도선사가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도선사가 되기는 어려운 과정이며, 일반인들이 가지는 고액 연봉이라는 부러움과 찬사의 이면에는 가장 찬란해야 할 청춘의 시기를 바다에서 보내야 하는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숙명적으로 바닷가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며 가끔씩 생각해 봄니다. 기관사 출신인 내가 항해사가 되었다면 도선사 도전까지 할 수 있었을까라고요. 9년이 넘는 인생을 바다에 바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여전히 그 럴수 없다는 답이 나오네요. 연구소에 근무하면 누구나 한번 해야 하는 남극기지의 월동대 생활 1년도 아직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바다 생활에 바친 통한의 4년 세월을 다시 하기에 용기와 자신이 없는 것이 한 가지 이유입니다.


도선사는 고액 연봉으로 부러움을 받아야 할 직업 이전에 젊은 시절을 바다에서 묵묵히 외로운 길을 걸어온 분들의 희생으로 성취한 훈장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바닷가 사람으로 합격자를 부러워해 봅니다.


2021 도선사 수습생 19명 선발



승선중인 도선사, Mineral China


Sea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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