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30 인천항 15번째 남극행을 떠났습니다. 이별은 만남을 만남은 이별을 기억하기에 시원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11. 01 부산 영도. 어쩌면 올해 마지막 붓싼 일정을 소화하는 날에 멀리 태풍이란 놈의 영향을 받아 비가 주적주적 내립니다. 11월에 내리는 비는 가을을 재촉하는 가능성에 이 비가 그치면 바람은 세차고 기온은 낙엽과 함께 뚝 떨어질 테지요.
금요일 오후, 겨우 구한 붓싼발 광명행 기차는 16시 16분 6번 플랫폼에서 일분의 오차도 없이 출발합니다. 두 시간여 달릴 기차는 유리창에 가을비 흔적을 길게 위에서 아래로 날카롭게 그어 줍니다. 점점 빨라지는 기차속도에 이제 유리창의 비는 수평의 궤적으로 흩날려 뿌려집니다.
세상은 넓은가 봅니다. 광명역 도착 1851분, 비는 오지 않고 어둠이 내려 온 하늘은 거무스레 구름이 잔뜩 끼여 있습니다. 내일이 주는 선물,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며 맑은 하늘에 낙엽을, 온전한 단풍을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