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
356, 365도 아니고 356이란 숫자는 우리에겐 매우 특별합니다. 1986. 02. 18부터 시작된 지독한 인연들의 숫자입니다. 항해학과, 기관학과에 각 200 명식, 총 400명이 입학하여 중도 퇴교하고 졸업한 동기들 숫자입니다. 군대 복부기간 보다 긴 4년 동안 한솥밥, 진짜 한배를 탔으니 356명의 이름을 아직 한 명도 빠짐없이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그 녀석은 유난히도 바다와 인연이 깊었습니다. 제주도 출신에다 해양대학을 다녔고 임관 후 훈련이 그리 독하다는 SSU를 수료하였고 해군 중령으로 예편을 했습니다. 제주도 방언을 멋지게 구사해 놀라게 했고, SSU 교육 수료의 이유를 해군 ROTC 출신으로 처음 별을 달아보겠다는 신념이라 했습니다.
바다와 해양대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는 예편 후, 제주도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귤 농사를 도왔습니다. 해마다 지인들에게 보낼 귤을 주문을 한 곳이 이곳이었으며 그럴 때마다 상품이 안 되는 찌끄러기 비상품이라 주장하며 한 박스를 공짜로 보내 주곤 했습니다.
작년 제주도 여행 시 귤 농장을 들러 오랜만에 해후를 하고, 모닥불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살아온 길, 살아갈 길, 자식 농사 이야기를 포함한 중년 우리들의 현실 이야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의 얼굴이 안 좋다 싶었는데 결국 우려가 마지막 만난 인연이 되었습니다.
암투병 중 SSU 훈련과정을 꾸민 만화를 인별그램에 올리는 거 유일한 낙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었는데 결국 SSU 훈련과정의 끝을 볼 수가 없게 되었으며 이제는 귤도 주문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꼬박꼬박 달아 주던 브런치 댓글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제 편안하게 제주도 고향의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악과 인내를 외치며 칠대양 제패를 꿈꾸었던 바다 친구는 이제 조용히 제주도의 바다에 매골되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생을 했습니다. 찬란했던 20대의 동고동락의 추억은 이제 잠깐 기억 속에 묻어 두어야겠습니다. 무심하게 먼저 간 동기 친구들에 더하여 한국해양대학 42기 356명 중 또 한 명의 이름을 지우며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