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생각은
아랫지방 사람에겐 서울이란 늘 그러죠. 약간의 두려움과 신기함과 상상에서 현실을 보여 주는 곳이자 갈 때마다 처음 보는 것들과 신문물들이 보이고 그리고 결국 미어터지는 사람에 치여 피곤을 입에 달고 다니게 하는 곳입니다.
서소문성지, 약현성당, 동묘, 종묘. 모두가 촌놈답게 처음 가서 보는 곳인데요. 이번엔 특별히 서소문성지와 약현성당에서 마음이 쓰였습니다. 동묘에서는 관우가 뜬금없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종묘는 5년의 유지보지 공사가 5월에 마무리된다 하여 다시 들려볼 이유가 있어 뒤로 조금 묵혀 두기로 했습니다.
서소문성지와 약현성당에는 천주교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더군요. 조선말기 100여 년 동안의 천주교 박해에 약 만 명이 순교했단 놀라운 사실은 마음 아프게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라는 물음에 인간이 잡은 권력을 놓는다는 것은 잔인한 죽임의 양심보다 더 무서운 거겠지요.
순교도 아니여요. 그냥 좀 타협하고 소나기 피하듯 잠깐 피해 뒷일을 도모하며 살아야지 죽으면 뭐 합니까? 전능하신 신들은 신자가 잠깐 마음을 접었다 하여 벌하겠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만든 종교는 어디서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잔인해요.
열받은 김에 좀 더 나가자면 십자군전쟁, 유럽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수많은 원주민, 홀로코스트 등 수많은 억울함이 세상에 있었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요. 세상은 바라는 대로 늘 평화롭게 변하지는 않을 테지만 죽임을 준 사람들은 살아서 죄책감 없이 살 수 있는지, 죽어서 벌을 받을까라는 의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그렇게 되리란 바람은 품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