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외전 4
또다시 꺼져버린 작은 생명
누군가가 얼룩이의 생명을 앗아갔다.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고, 주차를 막 마쳤을 때 성준씨의 다급한 부름이 있었다. 무슨 일 있은가 싶어 얼른 가보았더니 얼룩이 녀석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몸은 굳어있었고, 어미와 이모들이 그리고 형제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울먹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왜 죽은 것일까? 왜 죽인 것일까?
금요일에 퇴근할 무렵만 해도 간식을 더 먹고 싶어 성준씨의 무릎에 올라 애교를 피우던 녀석이었다. 어딘가 아파서 죽은 것이라면 시름시름 앓지도 않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리가 없다.
성준씨는 분노했다. 분명 누군가 약을 먹인 것이라고..
심증은 가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공장과 바로 붙어있는 밭의 주인 할머니와 고양이 때문에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이 녀석들이 밭이 자기들 놀이터인 양 헤집어놓고, 용변을 보는 통에 작물이 좀 망가뜨려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이 났다.
혹시 약을 사놓고 고양이를 불렀고, 다른 놈들은 경계가 심해 다가가지 않았는데, 사람을 잘 따르는 얼룩이 녀석만 간식인 줄 다가갔다가, 약을 먹고 죽은 것일까?
이런 이유로 고양이들을 죽이기까지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서 지나가지만 모두 두 사람의 추론일 뿐이다 얼룩이의 시체를 검시해보지 않는 이상 죽음의 이유를 알 길은 없다.
고양이 식구들을 키우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하루 중에 반나절만 볼 뿐이고, 그나마도 먹이나 간식을 줄 때만 요 녀석들의 재롱을 보는 게 다인데, 태어날 때부터 죽은 놈 태어나고 죽은 놈, 사람의 손길을 따르기 시작하자마자 죽은 놈 참 안타까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구나..
두 사람은 작은 생명을 땅에 깊숙이 묻어주고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이 일은 몇 시간 동안 공장식구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희미하게 사라져 갈 것이다. 나쁜 생각이긴 하지만 왜 하필 도망 다니는 놈들이 아닌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우리가 사료와 간식만 주는 것일 뿐, 야생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도처에 큰 개들이 돌아다니고, 족제비등 야생동물도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동물이라고 생각되면 영락없이 제거될 수도 있는 – 귀여운 새끼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 하찮은 생명으로 취급받는 그런 야생이다.
정든 녀석이 죽었다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기계를 돌려야 하고, 돌아가는 기계에서 제품이 이상 없이 만들어지기를 신경 써야 하고,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더욱더 신경 써야 하는 그런 야생이다.
어른 고양이 세 마리, 새끼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지내는 이곳은 파주의 작은 공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