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잡문 2

무기력 극복기 2

by 철용

그 첫 번째는 언제 샀을지도 모르는,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도 모르는, 어떤 효과가 있는 제품인 줄도 모르는 재고(?) 영양제들의 소진이었다.

어느 가정에나 있을법한 멀티비타민들과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홍삼제품 그리고 일본에서 온 것 같은 낫토로 만든 영양제들이었고, 이 재고들이 다 소진되어야 새로운 것을 사준다는 와이프의 경고 아닌 경고에 하나씩 하나씩 섭취하였고, 이렇게 나의 약쟁이(?)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당당히 와이프에게 새로운 영양제를 요청하였다. 바로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제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이라는 것이 싫어지고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SNS 보기가 취미가 되어버린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항산화니 항염증이니 하는 좋은 효과가 있었지만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문구에 확 꽂혀버린 듯했다. “나는 당신과 정말 이 좋은 세상을 오래 살고 싶다” 이런 내용으로 와이프를 설득하고 이내 구입하였다. 역시나 당장에 내 몸에 좋은 반응은 없었다. 늘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흠 그래도 오래 살 수 있다는 좋은 영향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먹어보았다. 좋았던 것일까? 내 몸 어딘가에 찜찜하게 발생했었던 엄지손톱만 한 물혹이 굉장히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까지 좋아졌다. 오호! 영양제를 먹으면서 내 눈에 보였던 최초의 효과인 것 같다. 레스베라트롤은 좋은 효과를 느끼고 와이프에게 홍보하여 꾸준히 먹는 제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찾던 효과는 아니었다. 피곤함과 무기력 극복에는 반응이 없었다. (와이프가 싫어하는 취미가 되어버린) 인별그램을 탐색하다가 발견하게 되어버린 제품을 가지고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피곤은?” “간 때문이지?” “간에는?” “밀크시슬이지~!”

와이프는 바로 몇 가지가 더 들어간 좋은 제품으로 구매를 해주었다. 간 때문에 발생하는 피곤함을 드디어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먹어보기 시작했다. 흠 한 달간의 복용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일까? 한동안 술을 안 먹어서 내 간이 좋아져 있는 건가? 그럼에도 이렇게 피곤함에 맥을 못 추는 건가? 내심 기대했던 밀크시슬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또 다른 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세종대왕도 즐겨드셨다고? 아침이 다르다고?

밀크시슬의 과도한 복용으로 간이 너무 좋아져서인지 과감하게 침향환을 보기 시작했다. 가격대가 지금까지의 영양제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다.

“그래 보약도 한번 안 먹었는데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라는 용감한 마음으로 와이프에게 이야기했다. 큰 소리가 날줄 알았는데.. 그녀는 쿨하게 비싼 침향환 제품을 사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 공복에 따뜻한 물과 함께 입안에 퍼지는 침향의 향기를 느끼며 먹어보라는 친절한 설명서의 글귀데로 매일 아침 복용을 하였다. 처음에는 떠지지 않는 눈이 번쩍 떠지는 것 같기도 하고, 와~이래서 세종대왕님도 침향환을 즐겨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녁에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어깨의 근육은 아프고, 눈꺼풀은 정신을 못 차리고 내려오기만 했다. 물론 머릿속은 멍~~~

침향환은 그저 아침에 정신 못 차리는 눈을 번쩍 뜨게 해주기만 하는 것일까... 그래도 세종대왕이 드셨다는데 아직 좀 더 먹어봐야 하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해 주었다,


그래 내가 뭐라고..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어? 나의 영양제에 대한 끝었는 탐구와 구매의 욕심은 드디어 약사님을 찾게 되었다.

한창 건물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 건물들에 하나둘씩 병원이며, 약국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약사님 제가 하루 일을 끝내고 오면 정신을 못 차려요.”

“네.그럼 이걸 드셔 보세요”

“그리고 저녁에는 드시지 마세요 잠을 못 잘 수도 있어요.”라며, 이 체인약국의 베스트셀러 제품이라고 하는 제품을 소개해줬다. 물로 우리 쿨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결제 완료! 약국에서 파는 제품인데... 약사님이 추천해주신 제품인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팔팔해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칠렐레 팔렐레 약이 담긴 봉투를 흔들며 집으로 갔다. 다음날 아침부터 복용해보기 시작했다 앰플처럼 생긴 병의 뚜껑을 뜯고, 또 다른 뚜껑을 누르고, 또또 다른 뚜껑을 열고 한 번에 탁 털어 넣어 먹어보았다. 얼마 안 되는 양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약 같은 느낌, 침향환처럼 눈이 번쩍 뜨이긴 했다.

며칠 동안 복용해보았지만 역시 아침에 눈만 번쩍 뜨이게 해주는 것 같다는 슬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먹고 있고, 먹어보았다. 하지만 뭔가 확실한 효과를 느껴본 것은 물혹이 사라진 레스베라트롤 제품뿐인 것 같았다. 물론 장기간 복용을 한 것도 아니고, (한 달~두 달) 꾸준히 복용한 것도 아니니 영양제들이 무의미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을 먹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한 카페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으며, 내 몸속 어딘가에 좋은 영양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는 나는 또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즉각적인 효과라... 목 뒤 근육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날개뼈 옆의 근육이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불편함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 사. 지! 그래 근육이 아프면 마사지를 받으면 될 것이 아닌가? 마사지를 받으면 안 아플 것이고 안 아프면 나의 피곤함과 무기력함도 사라지겠지? 나는 곧 마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와이프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결제 완료!


그 첫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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