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슬픔을 잊기 위해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왔던 것일까? 누랭이는 며칠인가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돌아왔다. 모두들 그녀의 귀가를 환영하였고, 특히 성준씨가 좋아했다.
그녀는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며 멀찌감치 앉아있었다.
성준씨는 그녀의 귀가를 축하하는 파티라도 여는 듯 간식을 거하게 차려줬다. 츄르를 짜주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과자라는 것을 뿌려주며 환영하였다.
불쌍한 그녀는 늘 그런 표정으로 지켜보았고, 늘 그런 표정으로 간식을 받아먹었으며, 늘 그런 표정으로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다시 우리를 지켜보며 앉아있는다.
변함없이 돌아가는 기계 속에서는 같은 제품들이 주욱 뽑아져 나오고 있었고, 그 제품들은 늘 제자리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그 제품들 사이로 조금씩 커가는 새끼 고양이들은 모든 것이 장난감이고 놀이터인양 뛰어놀고, 박스를 긁어대고, 잠을 잔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엄마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
나비가 낳은 새끼들과 그 딸내미인 흰둥이가 낳은 새끼들, 이 네 마리는 어미와 딸의 공동육아였다. 누구의 새끼 건 서로 젖을 먹이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새끼들의 장난을 받아주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늘 그런 새끼들에게 새로운 엄마가 생겼다. 누렁이의 품으로 파고들어 포근하게 안겨있는 새끼들의 모습이다. 실제로 젖이 나오는 건지 누렁이의 젖을 꾹꾹 눌러데며 빨아보려 하는 모습도 보였고, 새끼들과 함께 짧은 꼬리를 휘휘 저으며 장난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진짜 엄마인 나비와 흰둥이는 그런 누렁이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가끔 자기들 대신 육아를 해주어 고맙다는 듯이 누렁의 볼에 자신들의 볼을 비비며 친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새끼를 잃은 슬픔을 함께 지내는 식구들의 새끼들로 위안받으려는 건지... 그런 그녀의 슬픔을 이해라도 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새끼들을 선뜻 그녀의 품으로 보내주는 나비와 흰둥이, 이제 그녀들은 함께 지내는 녀석들에서 함께 지내는 식구들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끼들의 덩치는 커져가고, 발톱 또한 날카롭게 변해갔다. 새끼들에게 간식을 주려다가 잽싸게 날리는 발톱에 피를 보기를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알밤을 한 대씩 날리며 보복하기는 하지만 새끼들을 집고양이처럼 애교쟁이들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중에 삶의 방식을 알아버린 건가? 아니면 머리가 좋아서 어떻게 하면 간식을 하나라도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건가? 한놈이 유독 귀엽게 다가온다. 간식을 줄 때면 내 앞에 가만히 앉아 “야옹~” 하면서 불쌍하게? 귀엽게?(아무튼 간식을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눈빛 공격을 날리는 녀석이다. 간혹 성준씨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좀 더 많은 간식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 녀석의 애교가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하고,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이 녀석의 애교에 녹아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좋아졌다.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그 녀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