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추사서체'에 대한 小考(소고)
제가 25세(1989년 4월 12일)부터 지금까지 붓을 들고 쓰는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를 정자화 시킨 일명, '추사서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세 작품의 감상을 통해서 가장 한국적인 추사서체를 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 차와 마음의 고요함
이 작품은 차(茶)를 마시며 느끼는 선(禪)적인 경지와 평온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주요 글귀: 茶 (차 다)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
고요히 앉아 있는 곳, 차를 반쯤 마셨어도 향은 처음과 같고
妙用時水流花開
(묘용시수류화개)
묘한 작용이 일어나는 때,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네.
이 작품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명구로도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좌선하며 차를 마시는 정적인 상태와, 자연의 섭리(물과 꽃)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태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했습니다.
2. 첫 번째 작품: 사계절의 아름다움 (사시가)
중국 동진 시대의 화가 고개지(또는 陶淵明)의 시로 알려진 '사시(四時)'를 정갈한 행서체로 쓴 작품입니다.
본문 내용 및 해석: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처럼 솟았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고개에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구나.
각 계절을 대표하는 자연의 정취를 한 문장씩 담았고, 글자의 굵기 변화(갈필과 윤필)가 전체 작품과 조화되도록 써 보았습니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건강에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와 생강과 나물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가장 좋은 모임은 삼 대가 모인,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가 함께 모이는 자리
추사 김정희 선생이 71세 때 쓴 예서체를 '추사서체' 대련으로 임서해 보았습니다.
관지(款識)(왼쪽 낙관)에 칠십일과(七十一果)라 적혀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71세 때 과천에서 썼다는 표기입니다.
71세, 그 시대, 그 당시엔 아주 장수한 편인데,
추사가 단언한 '인생 최고의 행복'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명작입니다.
7언시로 우리 인생의 평범한 가치를 극대화 시켜 놓고 선생의 감회를 작은 글씨(협서)로 옆에 서 놓습니다.
[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 雖腰間斗大黃金印
食前方丈侍妾數百能享有此味者畿人爲]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말(斗)만한 큰 황금 도장을 차고
밥상 앞에 시중드는 여인이 수 백명 있다 하더라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박하고 욕심없고 꾸밈없는 순수함이 가득한 마음의 표현이다.
결국, 말년에, 죽음을 앞둔 시점에는, 노 대가도 가정, 가족의 소중함을 크게 느낀다는 내용이다.
위대한 서예가,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도 죽기 전, 서예 작품을 통해서 명예, 부, 권력의 추구보다 '화목한 가정'이 가장 소중하다고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다.
이 번 기회에 "추사 김정희는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추사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1%의 독자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에도 몇 점 더 소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