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나를 지탱하고 있는 영혼과 정서적 뿌리를 생각해 보며.

by 작가C

뿌리


차우준


나는 홀로 컴컴한 방에 있을 때

하늘을 향해 큰 몸을 지지하고 있는

백년송의 뿌리를 생각한다


빛은 지면을 통해 전도되어 오는

그 따스한 느낌으로만 느낄 수 있는

컴컴한 방의 홀로 있는 나


비가 내리면 땅으로 스며드는

그 촉촉하고 습습한 촉감이 강렬해지는

컴컴한 땅 속의 뿌리 그리고 나


나는 홀로 컴컴한 방에 있을 때

삼십오 년 살아온 삶을 지지하고 있는

가슴속 백년송의 뿌리를 생각한다




2015년 제 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소설 뿌리 이야기(김숨 지음)를 보았다.

문득 삶과 정서적인 여러 나를 이루고 있는 뿌리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자 했다.

나의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어디까지 얽히고설켜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뿌리는 과연 탄탄한가? 영양분과 내리는 비의 촉감은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가득 뻗어나가고 있었다.

거실에서는 나이 들어가시는 어머니와 퇴직한 한 가장인 아버지가 곁에서 서로 뿌리를 얽고 계신다.

그 뿌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뿌리는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는다면 일평생을 키워낸 잎사귀들과 꽃과 열매를 마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뿌리는 그 얼마나 헌신적이며 위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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