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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Jul 17. 2022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할아버지는 향년 99세에 우리 가족 곁을 떠났다.

삶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던 나의 할아버지

작은 목함에 담긴 분골이 되어 나의 손에 놓이던 순간

주체하기 어려운 슬픔과 함께 이별의 속절없음을,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유한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우리 차씨네 가족은

그를 기억하는 감정과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은 가늠의 여지없이 크기만 했다.

누구보다 사랑받았던 자식도, 그렇지 못했던 자식도

지근거리에서 자주 찾아뵙던 자식도, 그러하지 못했던 자식도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울음은 다르지 않았다.


99세의 죽음을 누군가는 호상이라 하지만,

그 말은 더 이상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은 가족에게

겨우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적 위안일 뿐이지 않을까...

감당이 버거운 슬픔을 수반하는 이별에 '好'란 수식어는

아무리 보아도 어색하지 않던가...


이제는 된장잠자리 마주하는 순간이면

나와 우리 가족은 고인이 된 할아버지를 떠올릴 것이다.

꽃으로 장식한 목관에 삼배 옷 입고 몸을 뉘이신

할아버지, 그 곁에서 목놓아 울던 우리

어느 순간부터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는 운구에 맞추어

푸르륵 떠나간 된장잠자리,

마치 할아버지 마지막 행동 같았던 그 된장잠자리 때문에


이별도 인연의 한 형태.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은 지금

분골이 되어 땅에 묻힌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나는

다시금 새로운 방식으로 할아버지와 인연을 맺고 있지 않은가

생전 추억으로 인한 슬픔은 눈물로 흐리고

그리움이란 파스텔 색연필로 그 슬픔을 덧칠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그 색이 퇴색되는 날까지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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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사망일: 2022년 7월 6일, 수요일 오후

내가 할아버지를 그리며 이 글을 쓰는 날: 2022년 7월 17일,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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