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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Jun 06. 2023

지금은 의대몰빵 시대

#의대몰빵 #초등의대반

요즘은 책은 좀 자연스럽게 멀리하고 시청각 미디어 채널들의 콘텐츠를 또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알고리즘의 추천 때문인지 아직 미혼(또는 비혼) 상태가 유지 중인 내가 집중적으로 접하고 있는 콘텐츠가 '대한민국 의대 몰빵'에 대한 것들이다.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교육을 미리 선행학습하고 그 목표는 의대라고 한다.


누군가의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를, 지금의 서울대 공대생들 기본교양과정에서 가장 선호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쉽거나 학점을 잘 주어서, 또는 자신들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의대로 재차 수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서울대 공대에 입학하는 대학생들이 가지는 공통된 생각은 의대진학에 실패한 비의대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대입 입학에서 진학서열을 보면 상위권 대학의 의대 - 수도권 대학의 의대 - 지방 대학의 의대 순으로 진학이 채워지고, 그 이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으로 진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마저도 자퇴를 하고 의대생이 되기 위해서 재차 수험을 준비한다고 한다.


의사라는 직업 중요하다. 실력 있는 의사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의료인력이 충분하지도 않은 곳이다. 특히 응급의학 등에 대해서는. 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의사, 특히 의료기술자만 많고 의학자(의공학자) 등은 거의 부족하다고 한다. 기술자와 학자(공학자)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는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고등학생 대상 설문결과 취업시장에서 선호직업이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포함)에 대한 선호도가 몹시 낮아졌다고 한다. 데이터를 보니, 1/3토막 이상 난 것 같았다.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 문화와 동기부여 미흡, 급여, 굉장히 조정된 연금제도 등으로 사실상 저임금으로 정년보장이 된다는 것 말고는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상 공무원 임관 시 국가/국민봉사에 대한 복무헌장을 사명으로, 그 사명감에 국가에 봉직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 하긴 내가 몸 담았던 군 마저도 이제는 직업으로 가는 이들이 많아졌지 않던가.


다시 돌아가자면, 의대 몰빵! 초등 의대반! 부모들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문득 어느 드라마에서의 대사가 생각난다. 유명 교육코디네이터 역을 맡은 배우가 어느 가정의 부모를 맡은 배우에게 "어머님, 스카이캐슬에서 나오는 것 보셨죠. 사실 그것은 중산층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상류층은 의대, 검판사 고시 준비를 하지 않아요." 결국 적당히 일정 수준의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직업이 지금은 전문직, 특히 의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변호사에 대한 선망이 높았던 시기도 있다. 그런데 무한경쟁으로, 그 인력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소수에게만 다시 고임금이 집중되면서 변호사에 대한 선망은 상당히 사그라들었다. 


결국, 지금은 내 자녀가, 아니면 취업시장을 곧 준비해야 하는 10대 후반~20대, 더 나아가서는 30대가 생계를 대한민국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직업은 의대인 것이다. 다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 현상은 오래갈 수는 없다. 언젠가 고꾸라지면 뒤늦게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충격받은 사실이, 서울대 공대생들이 의대 진학에 실패한 비의대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00학번세대인 내가 진학을 하던 시기 우리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때도 전문직으로 갈 수 있고 돈을 잘 버는 법대나 의대가 1~2순위를 앞다투기는 했다. 물론 그 당시 허준 등의 드라마 영향이었는지, 한의대에 대한 순위가 서울대 의대를 앞지르던 시기도 있다. 그래서 서울대 의대진학을 포기하고 경희대 한의대(당시 1순위 희망대학)나 원광대 한의대(당시 2순위 희망대학)로 진학을 했다.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들던 나름의 수재들 중에 일부는 직업군인에 대한 생각이 있어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고(이 친구는 내가 장성군 상무대에서 대위 진급자 고등교육반에서 몇 개월 같이 지낸 적도 있다. 군인으로서 서로 몹시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또 전교 1등을 하던 그 친구는 자신은 우주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서울대 지구환경 분야에 대한 학과로 진학해 공대생이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핵물리학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며 포항공과대학교에 진학했고 그 이후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자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서울대 의대 등의 의대로 진학해서 결국 의사가 되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그래도 의대 몰빵이라기보다는 적절히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가지고 진학을 결정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당시도 대학서열이 굉장히 강했기에, 서울대가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의대 몰빵은 아니었다. 굳이 지방대학에 의대를 가는 것보다는 서울대학교 공대를 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공부를 더 해서 박사학위 등을 받고 연구자나 전문공학자가 되는 꿈을 꾸는 아이들도 많았다. 사실 사회적으로도 그런 학생들이 결국 그러한 사회인재가 되어서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지금은 의대가 아니고서는 사회에서 소위 밥 벌어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가 바로 지금이라는 말일 수도 있겠다. 참담한 세상이다. 


초저출산, 인구절벽 국가가 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현세대의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국가 정부의 입장에서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력의 저하 문제와 국가 존립의 문제와 연계되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를 통해 문제다, 문제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라고 말하지만. 조선시대 그 이전시대를 생각해 보자 그 당시 한반도의 인구는 남과 북의 땅 다 합친 영토에서 한민족이라는 인식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고작 1000만 명 내외 또는 그보다도 적었다. 그래도 수천 년 나라를 유지하지 않았던가, 그 역사가 찬란했던 시기도 적지 않지 않았던가. 초저출산 등의 문제는 어쩌면 이성적 판단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개인과 그의 가정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Negative를 감내하는 것은 일단 제외하겠다. 생물학적 신체를 가진 그 누군가가 연애와 결혼, 내 자녀를 가지는 것을 기피하기를 원하겠는가.


헬조선, 이 단어가 요즘에는 이미 '옛'스러움이 있어 사용의 빈도가 거의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그 본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내 개인의 판단이지만, 분명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내가, 내 자녀가 어찌어찌해서 의사가 되었다고 의대생이 되었다고 해서 일단의 안도감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그 부메랑이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의대 몰빵의 문제를 다루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교 교수가 의대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참담하다는 표현을 했다. 나는 이 또한 위선이라고 본다. 내 개인적으로 내 삶에 깊이 관여되었던 한 교수와 국내 최상위 연구를 하는 국가연구기관에서 학자이자 연구자로 직을 유지 중인 한 시니어 공학박사가 있다. 그들 모두 자녀가 있었다. 모두 특목고와 자사고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서 고액 과외 등을 시켰고, 부모 자신들이 서울대 박사학위 보유자들인지라 직접 교육도 추가했다. 그리고 결국 서울대학교 의대를 모두 진학시켰고, 그 진학 결정 당시마다 매우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며 회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의 그 교수를 잘 모르지만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산층으로서 상위 지위를 점한 이들 중 한 명인데, 자녀들이 현시점에서 보다 편안한 길을 가도록 하지 않겠는가.


나는 수년 전부터 투자에도 진심이다. 결코 최근에는 한국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해외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기업에만 관심을 가진다. 핵심인재들의 근무거처가 미국이나 영국, 싱가포르이면 더욱 좋다. 그 이유는 글쎄 나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장기적으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인들이 너무 영리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영리해도 때로는 그 영리한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의대몰빵 #초등의대반


2023년 6월 6일, 현충일, 부산 문현동 자취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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