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극작가의 불치병 / 앗! 나의 실수

<따뜻한 편지 2322호>를 읽고

by 제갈해리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항상 죽음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병에 걸렸다고 판단한 그는 여느 때처럼 주치의를 호출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 같으니 빨리 회진을 와주십시오!"


평소 그를 잘 알고 있었던 의사는 진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라고 간파했습니다.


그의 집을 찾은 의사는 일부러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습니다. 버나드 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의사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오?"


"급히 오느라고 심,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놀란 그는 벌떡 일어나 응급약과 마실 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의사를 간호하다 보니 시곗바늘이 한 시간을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시간을 확인한 의사는 그제야 옷매무새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버나드 쇼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진료는 끝났습니다. 회진비를 부탁드립니다."


"진료라니 무슨 말이오? 내가 의사 양반을 간호하지 않았소."


버나드 쇼가 눈이 동그래져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버나드 쇼는 깨달았습니다. 간호에 집중하는 동안 그를 둘러쌌던 알 수 없는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버나드 쇼의 병은 단지, 죽음에 대한 걱정에서 온 우울과 무기력이었던 것입니다.


따뜻한 편지 2322호

'의식(意識) 한다'라는 것은 어떤 것을 두드러지게 느끼거나 특별히 염두에 둔다는 뜻입니다. 반면 '인식(認識) 한다'라는 것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것입니다.


질병에 대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의식'할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로 더욱 우울하고 무기력해집니다.


물론,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제때 치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병을 '의식'하여, 그 생각에 매몰되어 사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생각의 흐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우리가 생각을 제대로 변화시킬 때만 다른 것들이 제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 존 맥스웰 –


*출처 : 따뜻한 편지 2322호


따뜻한 편지 2322호 <어느 극작가의 불치병> 편 잘 읽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항상 죽음을 의식해서 실제로 불치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는데, 병이 든 것처럼 힘들어했군요. 결국 주치의의 기지로 불치병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 버나드 쇼는 자신의 병이 죽음에 대한 걱정에서 온 우울과 무기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여동생의 남자친구와 첫인사를 하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저는 가끔 어떤 것에 한 번 생각이 꽂히면 계속 그 생각 속에 갇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일례로,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인 1월 초 금요일 저녁, 인디 뮤지션인 여동생이 홍대 공연장에서 정규 앨범 1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 부모님과 저, 그리고 꼬북이도 초대를 받아 여동생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공연이 끝난 후, 여동생의 남자친구와 첫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동생의 남자친구라니 왠지 반가웠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 악수를 나누고 나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너 출근할 시간 안 됐어? 어서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뭔가 탐탁지 않으신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체면이나 예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시는 어머니의 성정으로 보아 살이 찌고 담배 냄새가 나고(공연 직후 공연장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돌아옴) 변변치 않은 직장을 다니는 저를 여동생의 남자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출근하라고 하신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때 저는 공연이 끝나고 야간 출근을 해야 했지만, 사장님께서 시간을 넉넉하게 할애해 주셔서 1, 20분 정도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재촉하시는 바람에 저는 꼬북이와 함께 일찍 자리를 벗어나야 했습니다. 저는 꼬북이와 근처 역까지 걸어가면서 어머니의 반응을 두고 투덜거렸습니다.


"엄마는 내가 못마땅한 것 같아. 남들한테 보이기에 자랑스럽지 않은 것 같아."

"에이, 설마 어머니께서 그러실까. 아닐 거야."

"아냐. 우리 엄마, 내심 체면 세우려고 할 때가 많으셔. 형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으시잖아."

"그걸(우리가 게이라는 걸) 인정하는 건 쉬운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렇긴 한데, 나도 남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어. 엄마가 체면치레 같은 거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나는 나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엄마가 그러니까 나도 자꾸 사람들 눈치가 보여."

"에고, 신경 쓰지 마. 털어 버려."

"그래, 그래야지..."


마음이 불편한 채 일을 하면서도 내내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렇게 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저는 일을 하면서도 내내 그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전 10시쯤 사장님과 교대하고, 퇴근하던 저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 옛날엔 체면이나 교양 같은 거 신경 많이 썼는데, 요즘엔 안 그래. 그냥 엄마가 보기에 오빠가 일이 바쁠 것 같아서 어서 가라고 했을 거야. 그리고 오빠가 살이 찌고 담배 냄새가 나는 건 사실이잖아. 엄마가 보기에 내 남친 처음 보는 자린데, 오빠가 그리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엄마도 이제 오빠가 게이라는 거 인정하셔. 그저 내놓고 얘기를 하지 않는 것뿐이지."


계속 제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저는 여동생의 말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편견과 자격지심에 갇혀 있던 제 자신이 한심하고 창피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의중을 제멋대로 추측하고 판단해서 어머니를 원망했고,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처음 보는 자리에서 깔끔하게 보이지는 못할망정 담배 냄새를 풍겨(흡연자에게는 담배 냄새가 그리 역하지 않지만,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냄새가 몹시 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제 잘못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때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의 입장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사실을 간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알아차림이 필요합니다. 즉,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 있는지 '의식'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스스로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있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행(行)해야 합니다.


알아차림은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