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5학년이던 10년 전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릴적 인형처럼 예쁜 외모와 나이를 뛰어넘는 독서수준으로 발달한 뇌구조는 무엇을 하던 어디를 가던 빛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메마른 풀잎처럼 말라갔습니다.
사람이 참 어려운것이 또래와 남다른 상상력과 도덕성은 아이들 세상에 장애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이 1년 이상 진행되고 있던 어느날 아이가 학교에서 너무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왔습니다. 딸을 괴롭히던 아이들이 위반하지 않은 규율을 트집 잡아 담임선생님에게 체벌을 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그런데 그 당시 담임선생님은 어이없게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무능력의 극치였습니다.
어이없게 원래 규정은 2대의 체벌인데 억울한 면이 있으니 1대만 체벌한다고 말하며 아이를 체벌한 겁니다.
그리고는 제게 죄송하다는 전화를 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그런 것이지, 애간장이 녹아내린다는 것인지 알수 없지만 숨이 막히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 어린 것이 당했을 억울함과 서러움을 생각하니 피를 토할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딸을 괴롭히는 이유는 욕을 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없게도 만만해 보인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너무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데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자식 앞에서 의연해야 한다.”는 말이 떠 올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동생들은 그래도 내가 언니인데, 친구는 좋은 얘기가 아니니, 부모님은 같이 가슴 아파 할 테니~
그렇게 숨 막히는 내 마음을 풀어낼 곳이 없었습니다.
그날 겨우 생각해 낸 장소가 아파트 주차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제 작은 자동차였습니다.
작은 회색 중고 마티즈 안에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앉았습니다.
밤하늘이 참 까맣구나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우아하게 한잔 마시는 술이 아닌 벌컥벌컥 들이키는 술을 마셨습니다.
‘참 세상에 내 편이 한 명도 없구나~ 이리 아파도 위로받을 때가 한 곳도 없구나~’
그나마 남편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지만 혹시나 나의 슬픔에 같이 지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또 나를 멈추게 했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상하게 그곳은 참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억지로라도 살기 위해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러니 나도 메말라 갔습니다. 우울증도 걸리고 병원에 입원도 하고 약도 먹고 또 멍청해지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들.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라는 경험을 야무지게 했습니다.
늪처럼 무너져가는 시간들속에 우연히 어느 분과 안부 통화를 하다 교육청 wee센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야 하니 wee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를 만난 겁니다.
아이상담이 끝나면 부모상담이 잠시 이루어 지는데 제가 너무도 저를 많이 드러내는 겁니다.
너무도 답답한 심정이 완전 타인이던 그곳을 더 편하게 생각 했나 봅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며 울고 또 위로받고 또 울고.....
그러면서 힘이 생겼습니다.
‘울고만 있으면 안된다. 내가 나를 지키고 저 어린 것을 지켜내야 한다. ’
사람은 누구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 세포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뿐입니다.
너무나 절박하니 보통의 상황이라면 믿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모성의 본능이 먹지도 자지도 아프지도 않은 기계처럼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함부로 저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니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잔잔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모든게 제 자리로 돌아오고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나에게 슬픔만큼이나 많은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감사와 함께 이제는 받은 것을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힘들고 아플 때 위로가 되어 준 시간은 내가 나를 만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상담교육 대학원을 가서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무료상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나처럼 아파서 누구를 붙들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가련한 영혼들에게 잠시나마 휴식 같은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소박한 행복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한 두명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 대상이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 친구 형태만 다를 뿐 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가 아니고 그저 옆에 존재할 뿐입니다.
아주 극한의 고통을 만날 때 인간은 누구나 결국 혼자입니다.
철저한 외로움으로 발가벗겨진 한 인간의 속살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내면의 진짜 내가 필요합니다.
정말 단단한 나를 만날 때 우리는 어떤 고난도 흘러가는 시간으로 예쁘게 포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매일 거울속 나를 보고 웃는 나, 감사일기를 쓰며 울컥이는 나, 셀프 칭찬으로 용기주는 나, 밥 잘먹는 나, 숨몰아 쉬며 땀흘리는 나 그리고 이렇게 매일 글로 위로하는 나~ 이들 덕분에 내가 웃습니다.
‘진정 어떤 상황이어도 세상에 유일한 무조건 내 편’
그 누구도 아닌 해피영희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PS
“정말 외롭고 아픈 누구에게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그저 들어주는 친구는 얼마든지 되어 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저도 지푸라기라도 필요했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토닥토닥!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