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처음에는 뭐든 미숙하고 실수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합니다.
저도 뒤돌아보면 그런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떤 것은 풋풋하게 예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이불킥을 수 백 번도 더 했으면 쉽고 합니다.
원래 모르면 무식하다고 참 야심차고 당당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처음 발령을 받고 본청에 출장을 갔을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계획한 일을 잘 처리하고 주차장으로 나와보니 크고 반짝이는 큰 자동차 한 대가 3대의 차를 가로막고 주차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3대중 한 대가 제 차였습니다.
그 개념 없는 차 한 대 때문에 정상으로 주차한 차들이 움직일수가 없는 겁니다.
화가 난 저는 씩씩거리며 건물 입구에 있는 민원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저기요, 저 차 좀 빼 주세요. 저렇게 몰상식하게 차를 가로막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아,,,,, 네.......”
대답을 하는 직원이 뭔가 이상합니다.
더듬거리는 말씨가 이어지고 잠시 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나갈거에요.”
‘엥, 뭐지? 아는 차인가?’
그래도 뭐든 야무지게 따지고 정리하는 내가 똑똑하다 생각한 그 시절 다시 대답했지요
“여하튼 빨리 차 빼달라고 말씀 해 주세요.”
그러고 돌아서는 찰나 한 젊은 남자 직원이 날쌔게 차로 뛰어갑니다.
조금 있으니 몇 분의 직원이 앞장서고 그 뒤로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 한 분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나옵니다.
그런데 몰상식하다고 욕한 그 차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몇 발짝 앞에 갔던 직원분이 차 문을 열고 닫더니 썬팅으로 보이지 않는 창문을 향해 90도 인사를 합니다.
‘뭐지? 저 장면은? 중요한 분인가?’
그렇게 차를 바라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좀전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던 직원들까지 밖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가 떠나고 들어보니 그 차는 우리 기관장의 관용 1호차 였습니다.
일명 5분 대기조 상태로 잠시 정차되어 있던 순간 제가 나온 것입니다.
보통의 직원들은 차번호를 외우고 있기 때문에 감히 불만을 표하지 않는데 그것을 모르던 저는 당당하게 차를 빼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니 저의 민원을 들은 우리 직원들은 말은 못하고 ‘쟤 뭐니?’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겁니다. ㅋㅋㅋ
‘정말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
또 처음이라 늘 부족했던 모습은 첫째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아들에게는 여유가 있고 기다림도 있는데 정말 딸에게는 그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조금만 힘들거나 위험한 느낌을 받으면 알 수 없는 안달과 두려움으로 제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첫째가 9개월 전후 되었던 시기 같습니다.
이제 막 책꽂이나 사물을 잡고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했던지 그 자체로도 우리 딸이 천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었습니다.
어느 이른 저녁 빨래를 해서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아이가 따라나오면 안되니 베란다 중문을 닫아두었습니다.
딸은 엄마를 따라 유리문에 손바닥과 얼굴을 부치고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다 완성되지 않은 균형감각이 자꾸만 몸을 기우뚱 기우뚱 거리고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던 1997년도만 해도 전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큰 오디오인데 그것을 보관하는 케이스까지 제법 뽀대 나는 하나의 가구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애타게 바라보던 딸이 넘어지며 그 전축의 케이스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라 뛰어와 보니 머리에 피가 보입니다.
순간 심장이 멎는줄 알았습니다.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요.
순찰중이던 남편도 너무 놀라 112를 몰고 집으로 왔고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뛰어갔습니다.
제가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 의료진들이 놀라 뛰어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의 상태를 보니 약간 찢어지긴 했는데 피부 표면에서 살짝 찢어진 거라 피도 멎었고 딱히 치료라고 할 것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놀랐을것이니 잘 안아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그럽니다.
“아이가 어머니 때문에 더 놀라겠어요. 아무 일도 없어요. 어머니가 진정 주사를 맞으셔야겠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고 부끄럽지만 그 순간에는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나는 처음 맞이해 보는 엄마였고 사고였으니까요. ㅋㅋㅋ
첫째는 한글도 수백만원짜리 교구를 사서 3살에 시작하고 둘째는 교재 없이 만 5세에 시작하고
딸은 수백만원짜리 힐링 프로그램도 보내고 영어말하기, 수학경시대회, 독서골든벨 등 열심히 쫒아다녔지만 아들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것만 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처음과 두 번째는 우주만큼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며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이 참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삶을 살아감에 처음 아닌 것이 없다는 겁니다.
결혼도, 출산도, 직장생활도 반드시 처음 만나는 순간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늘 어설프게 용감하게 그리고 부족하게 좌충우돌하며 힘들어하며 지나갑니다.
사실 매일이 처음 만나는 날입니다.
그러니 매일 자책하고 바보스러운 저를 만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리 생각 했었습니다.
‘이쯤 살고 보면 이제 인생을 다 이해 하고 그러면 안되나? 왜 이렇게 매일이 힘든걸까?’
오늘 보니 그게 그러네요.
나는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똑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해도 난이도도 다르고 채워야 하는 이야기도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매번 알 듯 모를 듯 헤메이는 순간을 만난겁니다.
한편 참 다행입니다.
어찌해도 변할 수 없는 삶이라면 희망이라는 것을 꿈꾸지 못하지만 비슷한 장면에서 매번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이니 우리는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나의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첫사랑을 만나듯 설레이고, 목마르고, 가슴 터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어쩜 지겹다 생각한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