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다. 카페에서 글을 쓰려고 일찍 일어났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카페에 왔지만, 유튜브를 보고,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번 주말에는 ‘글을 쓰기 싫다는 핑계를 대며 주중에 직장에서 글을 쓰겠다’라며 시간을 허비했다.
한 주가 시작되니 업무가 바쁘게 돌아갔다. 학년 부장 선생님은 1달 앞으로 다가온 수학여행에 관련서류를 이번 주에 큰 것부터 하나씩 정리하자고 했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부장님이 계획한 일정이 있는 것 같아 원하는 데로 기획안을 정리하고 소요되는 총금액을 산출하였다.
학생들의 방문코스에 맞춰서 입장료, 체험비, 식비, 숙박료, 차량비 등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방문 장소마다 전화를 돌리고, 최종 견적서를 받고, 예약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수천 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일일이 대조하다 보니 서류를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이번 수학여행의 백미는 3일 차에 서울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코스를 자유일정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일정의 취지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만족스러운 활동을위해서이다. 학교의 주체는 학생들이기에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은 친한 친구들끼리 가고 싶은 코스를 정하고, 해당 지역을 적극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하였다. 마음 맞는친구들끼리 같은 조를 이루고,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면 추억에 오래 남을 수학여행이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처음 가보는 곳에서 실수도 하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길 희망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려면 선생님들이 힘들다. 학생들의 행복한 수학여행을 위해 오랫동안 이런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고 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자유일정이라고 해서 당일날에 생각나는 곳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조별로 미리 일정을 정하고, 정한 일정에 맞게 코스를 방문해야 한다.계획한 곳에 도착하면 담당 선생님에게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고, 활동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남겨야 한다.
코스가 미리 정해져야 선생님이 교육적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코스를 사전에 정해야만 한다. 만약 학생들의 활동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상에 문제가 있는 곳은 선생님과 상의해서 코스를 수정해야 한다. 또한 학교 수학여행에 대한 전체 계획을 내부 결재로 올려야 하기에 서류 작업을 위해서도 학생들의 자유일정은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일정을 만들기 위해 조원을 결정하고, 조별로 모여서 코스를 선정하는 작업을 했는데, 여전히 정리가 안된다. 아무리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방송을 해도 끝까지 버티는 학생들이 1/3이나 된다. 이번에는 이 일도 마무리해야 한다.
나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을 배분하였고, 자율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방문 장소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1시간 내 제출하지 못한 학생은 교실에서 퇴실시키지 않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금요일 퇴근시간 전까지 겨우 조별 활동 코스를 마무리하였다.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에는 글을 써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아침에 카페에 일찍 나온 것 가진 잘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것저것 기사를 클릭하고, 유튜브를 검색했다. 글은 쓰지도 못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다. 근처 식당에서 유부초밥과 라면을 먹었다. 별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면서 식사를 했다. 한 피스 남은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유부초밥을 담아 놓은 플레이트의글씨가 눈에 띄었다.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글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좋은 글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토록 가슴을 파고들었던 적은 없었다. 최근에 글이 안 써지는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 같아글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합리화하고 있는 내 모습을 글귀에게 들킨 것 같았다.
오늘은 반드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전업 작가를 꿈꾸지만, 늘 부족한 나 자신을 보며 한계를 느낀다.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글을 계속 써나가는 것뿐인데, 이것이 쉽지 않다. 소재도 부족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직장에서 시간이 날 때는 뭘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흘려보낸다.주말에는 직장에서의 한 주가 너무 피곤했다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경험이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글을 쓰며실패하고 무너지는 경험을 하지만, 다시 또 일어선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고, 고민하고, 사색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글을 쓴다. 이런 활동을 통하여 어설픈 글이 엮어지고, 산만한 내용이수정과 편집을 통하여 통합을 이룬다. 작업했던 글이 모여 언젠가는 책으로 발간될 것이라고 믿는다.글을 쓰며 뭔가를 이루어 낼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알 수 없는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렇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한계를안고서 또 한 걸음 나아간다.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느리지만 한 걸음씩 전진한다. 그런 나를 사랑하며 응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오늘 식사를 하며 맞닥뜨린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라는 문구를 생각하며전업작가가 되는 꿈에서 도망가지 않겠다는다짐을 한다.필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