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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공간에 밴다

by 표나는 독서가

습관(習慣)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말해요.

이렇게 사전의 정의처럼, 그저 나의 어떤 행위가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이면 나의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왔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고 (운동 30분을 하겠어!) 하루 24시간 중 무슨 시간에 이 습관을 할 것인지 계획해요 (오전 6시에 달리기를 해야지!).

그래도 3일간은 일어나서 달리기를 실제로 행하죠.


하지만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피곤하고,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빼먹은 숫자가 무색할 정도로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죠.

그런데 2년간 빠짐없이 글을 써온 습관을 다시 들여다보았어요. 글을 쓴 초기에는 핸드폰을 쥐고 생각나는 시간에 생각나는 대로 적었죠. 마감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아 자정 12시 1분 전에 후다닥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 적도 부지기수였어요.

그러나 올해부터 오전 7시 발행을 목표로 세웠고, 눈을 뜨자마자 책상에 앉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이 책상이라는 공간에서부터가 시작이었죠. 노트북을 열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가면서 오늘은 무슨 글을 적을 것인지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이 책상이라는 공간에서 습관이 몸에 배게 되었던 거예요.


다시 운동으로 돌아가 보죠.

오전 6시에 달리기를 하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전 6시에 달리기를 시작할 아파트 정문 앞에 서 있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어야 했어요.

운동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은 눈을 뜨자마자 그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할 장소로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에요.

자신을 변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의지나 결심보다는 그저 환경을 바꾸는 것부터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냥 책상에 앉는 거예요. 소파가 아니라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나를 움직이게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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