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e Sep 24. 2024

기후 금융 얼마면 돼

기후변화 사고실험, 열두 번째

숫자들 : 천억(1,000억$) vs 육조(6조$)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적응과 완화. 변화된 기후에 맞춰 농업, 생산, 인프라, 보건, 교육, 국가계획 등을 바꾸는 것이 적응이고, 발전시설을 신재생으로 바꾸고, 전기차나 건물 에너지 절약, 농사방법 변화 등을 통해 탄소를 덜 내뿜도록 하는 것이 완화입니다. 


1.5도 이하로 기후 변화를 제한하고 잘 적응하기 위해 국가들은 국가자발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는 계획을 세웁니다. UNFCCC 금융 상임위원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공식 기후 계획에 명시된 조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30년까지 5조 8,000억~5조 9,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중 일부는 개도국 국내에서 조달될 것이지만, 상당히 많은 돈은 선진국에서 지원되어야 하죠. 


선진국들의 약속과 허점


그래서 부유한 국가들은 저개발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2009년에 약속했습니다. 1,000억 달러는 매년 개도국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정부, 은행, 민간 등이 지원하는 국제개발자금(대략 1조 달러)의 10%쯤 되는 금액이고, 우리나라 1년 정부예산(2023년 639조 원)의 20%쯤 되는 금액입니다. 

* 기후 금융 보고서 --> Biennial Assessment and Overview of Climate Finance Flows | UNFCCC 


 약속은 2023년에 처음으로 지켜졌지만, 기후 금융의 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보조금(갚지 않아도 됨) 대신 대출(갚아야 함)로 주는 것, 국가마다 "climate finance"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고(어떤 나라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어떤 나라는 관대하게 해석할 수 있죠), 적응(adaptation)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개발과 기후변화 적응 사이의 모호한 경계). 


그 외에도 비판은 더 있습니다. 많은 남반구 국가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새로운 것인지, 단순히 다른 개발 기금에서 전용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호주가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고효율" 석탄 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기후금융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출처 : Analysis: Why climate-finance ‘flows’ are falling short of $100bn pledge - Carbon Brief


bankable project


정부들이 약속한 1,000억 달러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자금 흐름들이 있습니다. 2021/2022 회계연도 기준으로 1.27조 달러에 달하지요. 위의 그림을 보면 좌측 위 정부(100B$)는 일부에 불과하고, 결국 수백조 달러 규모의 민간금융시장으로부터 돈이 흘러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때문에 기후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그 프로젝트가 "bankable"한 지(은행이나 투자자가 이 사업에 돈을 댈지)를 중요하게 되는데, 여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개도국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적응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으며, 안 그래도 채무가 많은 부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What GCF does


UNFCCC 산하 기후변화 대응 전문기구로 만들어진 녹색 기후 기금(GCF)은 이런 기후 프로젝트의 현실 (기후 프로젝트가 경제성이 아주 높거나 투자손실 위험이 적을 리가 없잖아요)을 감안해, 보증이나 초기 지분 투자를 통해서 사업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기존 국제개발자금을 잠식하지 않도록 climate rational을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여타 국제개발은행(WB 등)들은 고중소득국에는 보조금(grant)을 잘 안 주거나 부채비율이 높으면 대출도 잘 안 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GCF는 기후취약성이 인정된다면 그런 기준들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합니다. 


아직은 이런 시도들이 아주 세련되게 자리 잡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bankable 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승인하는 과정이 너무 느리고, 개도국은 climate rational (결국 기후-지리데이터가 필요합니다)을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현실적으로 없다고 호소합니다. 그래도 이런 노력들이 작은 seeds가 되어 climate finance가 점점 더 커지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사고실험이라기보다는 climate finance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다음번에는 기후금융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좀 더 생각하고 나누어 볼게요~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