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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Oct 15. 2024

허리케인 밀턴으로 보는 그린스완

기후변화 사고실험, 열다섯 번째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은 시작부터 많은 기후과학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리케인이 형성되기 전,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가진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심각성에 한 기후과학자는 예보 중 목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지요.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다행히 위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야구장 지붕이 뜯겨나갈 정도였고 인명 피해가 속출하며 침수와 정전도 잇따랐습니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허리케인(우리나라에서는 태풍이라고 부르죠)이 더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더 뜨거워진 바다가 더 많은 수증기를 허리케인에 공급하면 더 강한 허리케인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업계의 위기


좀 엉뚱하지만, 재해 예보를 보고 있으면 자꾸 보험업계가 걱정이 됩니다. 재해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니 보상액이 늘어나는 보험업계도 재정적 압박을 받는 것이지요. 한국금융연구원의 2024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무려 2,5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국 GDP의 약 1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난 10년간 25%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남부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허리케인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12개의 민간 보험사가 문을 닫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더 이상 재해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의 스테이트팜이라는 보험사는 신규 주택 손해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남부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주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연간 4,700달러 vs 미국 전체 평균 888달러)


보험업계의 대응과 이행 리스크


위에서 설명한 직접적 피해를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보험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행 리스크'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행 리스크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거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제 보험사들은 단순히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과학자와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하여 기후 리스크를 식별하고, 건축물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보험회사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공시하는 데 소극적입니다. 기후 공시에 따른 소송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지요. 누군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주택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공시되었을 때, 이것이 불완전한 공시고,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하락한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후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보험업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린스완, 온다는 건 확실한데 언제 어떤 규모일지는 몰라요.


그린 스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블랙 스완(Black Swan) 개념에서 유래한 것으로, 블랙 스완이란 극도로 드물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블랙 스완은 기존의 확률 이론이나 위험 관리 시스템으로는 대비할 수 없는 사건을 말하며, 금융 위기나 전쟁, 테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설명하는 데 주로 사용되죠. 블랙 스완은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린 스완은 반드시 발생할 리스크지만 언제 어떤 규모로 터질지 모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그린 스완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규모의 올진 모르지만, 재해들이 더 강력해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해수면이 10cm 올랐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해양환경공단은 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수면 상승 예측지도(https://www.koem.or.kr/simulation/gmsl/help.do)를 보여줍니다.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지요. 민원이 우려되는지 구체적인 지역은 안 알려주더군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인구의 60-70%가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주택보험(또는 풍수해보험)에 대해 무관심한 경향이 있지만(가입률 30%, 미국 92%), 꼭 내가 사는 층까지 물이 들이치지 않아도, 아파트 지하구조물(주차장, 전기실, 물탱크 등)이 손상된다면 그 피해가 심각합니다. 건축 설계의 개선,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이러한 취약성을 줄일 수 있으니, 주택을 구매할 때 고려할 사항입니다. 소상공인이시라면 정부가 보험료의 최대 92%까지 지원하는 풍수해보험을 고려해 보고요.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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