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구체적인 꾀함

by TWOG

의도라는 단어를 상당히 자주 듣는 요즘이다.


처음에는 업무적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내용이 적힌 순서, 사용한 단어, 문서를 쓴 시점 등 문자 뒤에 숨겨진 수많은 것들을 해석하고 추측하며 의도를 잡아내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병렬적인 내용 네 가지를 굳이 숫자를 붙여서 1, 2, 3, 4로 작성했다면 그건 의도적으로 중요도나, 관심도 등 메시지가 들어간 것일거라 여기는 것이다. 혹은 3이라고 쓰면 될 것을 2와 4사이의 정수라던가 1 더하기 2의 값처럼 표현하는 것에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언가 회피하거나 눈에 띄고싶지 않아서라는 정황을 읽어내기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는 의도를 의식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업무임을 깨달았다. 순진하게 받아들일 사항도 알고보면 그 뒤에 숨겨진 흐름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 흐름을 읽고 공략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표현은 두리뭉술 한듯 하면서도 그 안에는 분명 구체적인 꾀가 물들어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의 의도를 너무 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원하는 흐름을 그려서 보내는 것, 즉 의도를 담아내는 것도 업무적으로 상당히 주요한 역량이다.


다만, 한번 더 생각하면 이 의도라는 걸 파악하려다보니 순수함이 퇴색된다고도 느껴진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분명 어떤 필터링이 되어있는 거라고 여겨서 그 여과지 뒤에 숨은 진짜를 계속 들여다보려한다. 사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을수도 있는데,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상상하며 가짜를 만들고 그게 진실이라고 왜곡하기도 한다. 특히 업무관계를 벗어난 시점에서 의도를 노리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솔직한 속내가 공유되지 않고, 서로의 인식이 달라지고, 말을 말로만 듣지 않고 태도로 넘겨집는다. 거기서 생긴 오해가 사이를 가르고, 갈라진 사이는 없던 실체가 없었던 의도를 가시화시킨다. 말을 저렇게 하는 건 분명 무의식이 기저에 있을 거라고, 저 단어에는 은근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을 거라고 여기는 순간 역시나 의도를 품은 껍데기를 상대에게 건낸다. 분명히 서로가 눈을 마주보고 있었는데 의도가 실린 가면을 덧대고 가림판이 생기고 거리가 만들어지며 끝내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관계는 손쉽게 순수한 빛깔을 잃기도 한다.


의도에는, 아니 의도를 담는 행위에는 그렇게 양면성이 존재한다. 때로는 아주 유용한 장치이자 도구가 되고, 때로는 순수함을 물들이는 오염과 파괴를 동반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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