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과 결단

무언가를 끊어보기

by TWOG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


친구들과 재미반, 호기심반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사주카페를 들렸었다. 딱 그정도의 비용과 시간만 들여서 받아보는 정말 흥미 위주의 방문이었지만, 은근히 하나만큼은 매듭을 짓고 싶은 고민이 있긴 했다. 굳이 거기에 찾아간 아주 중요한 핑계거리 중 하나이기도 했고 말이다. 시작 하자마자 내 사주팔자를 보던 주인장은 딱 한마디로 시작했다.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고.


생각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이렇게 머릿속에 생각이란 것들이 뒤엉켜 더럽게 늘어졌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원이었다. 공부를 지속하고 싶다, 어차피 좋은 시기가 왔다, 의욕도 생겼고 환경도 괜찮은 것 같다는 마음, 마침 합격하게 된 타이밍, 주변의 독려하는 분위기들에 휩쓸려 시작한 공부는 꽤나 만족스럽긴 했다. 나의 스트레스는 분산될 수 있었고, 일상에 일 말고도 무언가가 커다랗게 차지한다는 것은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열심히 산다라는 대내외적인 착각을 일으키기에도 딱 좋았다.


그런데도 다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효용감 때문이었다. 마침 지난학기 수업 때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졌던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효용(Utility)였는데, 나의 비용-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 시간, 그리고 학교를 다님으로써 하지 못하게 되는 모든 기회비용의 합- 대비 실익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 지원에서 떨어진 것도 컸다. 온전히 나의 자금을 들일거라면, 그 최선의 선택이 과연 학교 혹은 학업인걸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일차원적인 고민에서 시작된 생각은 만약에 학교를 마치면, 만약에 학교를 안가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를 달고 수없이 경우의 수를 만들어냈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다보면 질린다는 표정으로 아니 뭘 그렇게 복잡하게 굴어?라고 되묻는게 당연할 정도였다.


처음엔 그래 휴학을 하고, 정말 이 돈과 시간을 충분히 회사와 병행하며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만큼 다른 걸 후회없이 더 해보자!라는 생각도 했다가, 아니. 근데 현실적으로는 학업을 통한 학위 취득이 가장 쓸모있지 않나. 어느덧 나도 이제 나이가 이만치인데 너무 철없는 선택을 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서로 꼬리를 물어서 끝없이 순환했다.


이런 고민은 내게도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동안 그 어떤 선택을 내릴 때 이렇게까지 고민한 적이 있던가 싶었다. 몇년을 해외에 나가는 결정을 내릴 떄도, 다시 한국에 들어올 때도, 어디로 어떤 여행을 할지 정할 때도, 어떤 학교를 가고, 무슨 공부를 하고,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길게 고민한 적이 없었고 항상 깔끔하게 결심을 내렸었다. 이 선택을 내림으로써 이후의 달라질 수도 있었을 상황에 대해 딱히 계산해본적도 후회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유독 이번엔, 처음으로 내가 내리는 선택에 스스로 자신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번은 왜 다른 걸까..에 대해서도 또 생각을 해봤다. 그 답은 의외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나왔다. 아, 이게 결정이나 결심이 아니라 결단이라 그런가보다. 항상 어떤 진취적인 방향으로, 어디론가 나아가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선택을 내려왔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고싶어서라기보단 안해보려고 선택을 내리는 상황이었다. 무언가를 관두기 위해 내리는 선택, 멈춰보는 선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하기 위한 선택. 나에게는 처음인 것 같았다.


지금은 이런 시기도 필요한 것 같다. 분명 지금은 머리가 터질 듯한 고민의 뭉치가 약간은 괴롭고 거슬리지만 언젠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해본 경험이 또 다른 상황에서 나에게 자양분이 되어줄거라 생각한다. '안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솔직해질 필요도 있었다. 이게 포기와는 다른 선택임을 스스로 이해시키기 위해, 왜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안하겠다고 마음이 바뀌는 이유를 마주하기 위해. 그런 나도 몰랐던 나를 다시 봐야했기 떄문이다.


결단의 뒤는 다시 결정으로 이어질거다. 이 멈춤이 마침이 아니라 쉼일거기 때문에, 이어지는 문장을 다시 만들 것이므로 또 무슨 말을 채워넣을지 결정할 것이다.


-Coldplay 'Every teardrops is a waterfall' 中-

I turn the music up, I got my records on

음악을 틀기 위해 음반을 올려 놓고

From underneath the rubble, Sing a rebel song

파편 아래에서 저항의 노래를 불러

Don't want to see Another generation drop

보고 싶지 않아 또 다른 세대가 무너지는 모습

I'd rather be a comma Than a full stop

마침표가 되기보단 차라리 쉼표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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