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있는 사람

by TWOG

"선생님. 저는 이 있을까요"
태주가 지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있어요. ...그 때문에 괴로운 거잖아.

자기가 찾는이 있는데 사라진 것 같고,

가리워진 것 같고.....

그러니까 괴로운 거잖아요?"

- <나태주의 행복수업> 中 -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주와 개인의 존재를 연결한다. 천문학은 인문학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고, 음악과 시를 통해 우주를 노래한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보며 감격하고, 동경하는 이를 '스타'라고 칭하고기도 한다. 탄생과 죽음은 별의 생성과 소멸로 곧잘 비유한다. 우리는 별에서 온 존재라고, 남과 다른 나만의 정신과 영혼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며 반짝거리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


나는 어떤 별인가. 나의 별은 어떤 모양이고 무슨 색깔이고 몇등성쯤 되는 빛을 내고 있는 것인가, 내 옆에 있는 별과 나는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는가, 내 별빛은 어디까지 닿고 있을까, 나의 별은 언제 가장 강하게, 그리고 가장 예쁘게 빛날까. 그렇게 내 안에 있을 별을 탐색하며 보내는 시간이 삶의 여정인 것 같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을 보며 이 세상에서의 나와 우리의 존재에 대해 말로 설명하기도 글로 적기도 어려운 기이한 감동과 부유감을 느낀 적이 있다.

2020.2월, 사하라 사막에서

사하라 사막의 차가운 모래 위에 누어 밤을 새다시피 별의 흐름을 봤었다. 발밑에서 올라온 북두칠성이 나의 머리맡으로 사라지고, 오른쪽에서 왼쪽어깨부터 등장하던 오리온 자리는 어느덧 내 눈앞에 온전히 드리워졌었다. 눈을 깜빡이는 게 아쉬울 정도로 곳곳에서 떨어지던 별똥별들은 소원이 뭐 대수인가 싶을 정도로 찰나의 우주쇼였다. 우주가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 속의 우리가 돌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내가 별에 누워 우주를 배회하고 있는 생명임을 실감했었다. 이렇게 선명한 우주를 경험하면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의 허무를 느낄까 우려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주가 마치 내 안에 들어오는 듯한 존재의 선명함을 느꼈었다. 저렇게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는 일부가 되는 것만으로도 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도 별이라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KakaoTalk_20260125_231321252.jpg
KakaoTalk_20260125_232612019.jpg
(왼) 2022년 5월, 사하마 / (오) 2024년 7월, 사하마 산 국립공원에서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쪽 안데스 산맥은 엄청난 고지대라서, 어디에서보다 더 강렬하고 가깝게 별들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사하마 산이 있는 곳은 그 어떠한 불빛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는 암흑이라서, 별빛이 시야를 터주는 것만 같은 착각이 느껴질 정도이다. 사하라 사막보다 더 많은 별을 볼 날이 있을까 싶었지만, 가히 그런 날이 다시왔음을 느꼈다. 마치 무지개가 하늘을 뒤덮어 이어지듯 은하수가 선명한 띠를 이루고 우리를 감싸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별똥별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너무 가까워서 마치 눈송이 같이 느껴지는 별들은 예쁘기도 했지만 어여쁘고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아마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 때문일 수도 있겠다만, 사하라 사막의 별들이 낭만적이었다면, 사하마 산의 별들은 좀더 작렬하고 있었다. 오롯이 빛을 내는 것만이 제할일의 모든 것인 것처럼. 내게 그 격렬함을 꽂아내는 것처럼.

2022년 12월, 아비스코에서

별이 많이 보이고, 별이 선명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지만 그 이후의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오로라가 그렇다. 이 밤하늘에 별이 많고 선명하다면, 그만큼 대기질이 깨끗하고 달과 같은 다른 빛의 방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태양으로부터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극지방의 자기장과 만나면 오로라가 등장했다. 넘실 거리며 오색찬란하게 빛을 내는 오로라는 비록 그 뒤의 별빛을 가리우고 방금까지 별빛을 찬양하던 우리도 화려한 오로라를 보며 별을 잊고 홀려버린다. 이전 북유럽 사람들이 오로라를 여우불이라고 불렀다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에 벌러덩 누워 온전히 눈앞에 오로라만 담고 별을 지운다. 하지만 오로라는 걷혀버리고 다시 빛을 잠깐 양보했던 별들이 하늘을 지키고 선다. 세상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그 본질을 일깨워주듯.

KakaoTalk_20260125_234424686.jpg 2025. 12월, 안반데기

나의 여행의 일부는 부러 별들을 쫓아다니는 여행이기도 했다. 어둠속에서 더 빛나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별들을 보며, 단 하나의 별빛보다 별들이 성운이 되어 뿜어내는 빛 자체가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가늠할 수 없을만큼 멀리에서 헤아릴 수 없는 과거에 생긴 빛이 지금껏 여기까지 닿는 걸 배우며 별의 별됨과 나의 나됨을 탐구하기도 했다.


탐구와 탐색의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아마 평생을 여전히 별빛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살아갈 수도 있겠다. 너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빛을 스스로 내고 있는지 혹은 남의 빛을 받아 같이 빛나고 있을 뿐인지. 내 안에 내가 갖고 있는 별은 어떠한지. 또다시 별을 쫓아 행선지를 정하는 다음을 기약하며...




작가의 이전글호퍼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