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마자 큼큼한 냄새가 난다. 싱크대에는 어제부터 쌓인 그릇이 쌓여 있다. 한 명은 방금 일어난 듯하고, 다른 한 명은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이여사 집에 들러 들고 온 열무김치, 파김치, 구운 김과 양념장, 잡곡밥으로 점심을 차렸다. 모처럼 네 명이 집밥다운 한 끼를 먹었다. '무한도전' 재방을 보며 웃었다.
빨래를 돌리고 남매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짐을 정리했다. 남편이 건네는 상자를 조심조심 열었다. 두부과자, 서리태 뻥튀기, 연근부각, 캐모마일 티백.. 완주에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담겨 있었다.
오늘 아침 군산 이성당. 커피 우유 식빵 호두바게트 토마토 스튜 사과잼으로 구성된 브런치는 맛도 양도 딱 좋았다. 쟁반에 가득 담겨오자마자 순식간에 동나는 단팥빵과 야채빵 몇 개를 담았다.
숙소 체크인을 하고 은파 저수지 앞 식당에 들어갔다. 상설 무대의 공연 소리가 너무 커서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해물파전과 막걸리는 점심때도 먹어서 먹히지 않았다. 가볍게 걷기로 한 산책은 1시간 반 후텁지근한 밤운동이 되었다. 거리의 악사가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마법의 성'을 따라 불렀다. 미성으로 노래를 부르던 그 소년은 이미 마흔을 넘겨 중년이 되었단다.
빨간 다리를 내려다보며 1만 원짜리 라면을 먹었다. 길쭉이 호떡이 명물인지 곳곳에 간판이 보였다. 차에 오르기 전 마주친 하얗고 작은 강아지가 발목을 감싸며 부비부비를 했다. 개를 무서워하지만 그 순간엔 깔깔 웃음이 났다.
영화 '수라'를 보고 나서 꼭 들르고 싶었던 새만금 간척지. 수라 갯벌의 위치를 확인하고 잠시 내렸다. 차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외로운 곳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머리 위로 새 무리가 연달아 날아갔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 초원 사진관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배에 한껏 힘을 주었다.
테트리스 마냥 꽉꽉 짐이 들어찬 차에 올랐다.
"잘 있었어?"
"네, 대장님!"
대장님은 나다.
"내가 얘기했지? 내가 쫓아다니는 이화정 작가님이셔. 책구름 출판사 대표님과 편집장님이셔. 그리고 1박을 함께 한 분들이야."
초록 잔디 위에는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라고 쓰여 있었다. 카페의 유리창에는 '새들의 詩'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보낸 이들의 눈길을 받으며 쑥스럽지만 팔짱을 꼈다.
... 시간을 거슬러 하루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p.s. '깻잎 논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최근 부부싸움의 이야기를 적었다. 단숨에 토해내듯 써낸 글을 일단은 아껴 둔다. 언젠가 다시 꺼내어 뱉어낼 날이 올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