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주말부부일기 #17

by 씬디북클럽


오빠가 돌아왔다.

태지 오빠가 돌아왔다.





2017년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있었던 데뷔 25주년 콘서트 실황이다. 많이 없는 상영관들 중 가까운 곳을 찾았다.


"어떡하지? 나 분명히 울 거야."


첫 장면부터 입틀막이었다. '내 모든 것'을 첫 곡으로 나타난 오빠는 새하얀 피부 동그란 안경 밝고 맑은 미소,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음악에 맞춰 폭죽과 불꽃이 펑펑 터졌다. 저게 한 방에 얼마일까 하면서도 태지 오빠니까 할 수 있지 싶어 마음이 놓였다. 태지 오빠니까, 서태지니까.


1992년 3월 데뷔. 새로 시작하는 MBC 연예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처럼 재방이나 유튜브 OTT 개념이 없던 때였다.) 임백천인가 김승현인가가 진행자였던 첫 방송이었다. 이 주의 신인 한 명 (또는 한 팀)이 나와 무대를 하고, 음악 전문가 셋이 평가를 내리는 코너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첫 출연 신인이었다. '난 알아요'를 불렀다. 점수는 72점이었나. 혹평 일생이었다.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애써 미소를 보이는 신인 댄스 가수 세 명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난 알아요'는 모두가 알 수밖에 없는 노래가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누구도 모를 수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태지는 문화 대통령이 되었다.



1992년의 나는 열네 살 여중생이었다. 이미 내겐 다른 오빠가 있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압도적으로 강렬했다. 서태지는 나 아니어도 인기 많고 좋아하는 사람 많으니 원준 오빠나 계속 좋아해야지 했다. 나는 서태지 팬이다 하지 않은 채 슬금슬금 앨범을 사 모았다. 방문을 닫고 들어앉은 책상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의 가사 종이를 꺼내 찢어질까 닳을까 조심조심 따라 부르고 부르고 또 불렀다. 은퇴 기자 회견 장면은 볼 때마다 슬펐다.


멋있으면 다 오빠. 공연에 함께 한 BTS 도 순식간에 오빠가 되었다. 세계적인 아이돌은 기꺼이 전설적인 선배의 백댄서와 래퍼가 되었다.


"여긴 아직도 못 따라 하는 거야?"


엔딩곡이었던 '우리들만의 추억'에서의 T... A... I... J... I.... 영어 랩 부분. 웃으며 하는 말은 꼭 내게 하는 말 같아 함께 크게 웃었다. BTS의 미모와 춤에도 뒤지지 않는 태지 오빠. 다 같이 열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동안 나의 10대 시절도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시간 여행자가 된 순간이었다.






다른 오빠도 돌아왔다.

前 남친이자 부산 오빠, 現 남편이자 남매의 아빠.

그가 지방 현장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약 5년 만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던 주말 부부다. 나는 임진왜란 때 거북선 노를 저었던가. 행주 대첩 때 행주치마에 돌이라도 담아 날랐던가. 암튼 그래야만 가능하다던 주말 부부 생활이었다.


타국에서 만나 매일을 붙어살았다. (실제로 함께 살기도 했다.) 장거리 연애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도 딱 좋았다. 각자의 주중을 보낸 후 맞는 함께의 주말은 연애할 때도 40대가 되어서도 완벽했다.



오빠가 돌아왔다.

40대 중반 오빠의 1인 가구의 짐은 단출한 듯 았다.


일주일 간 쌓아 놓았던 짐을 대략 정리했다. 아침은 본인이 알아서 챙겨 먹기로 합의했다. 호밀빵을 토스터에 넣고 커피 타는 부스럭 소리에 나의 새벽 기상 루틴과 고요한 나만의 시간은 이제는 안녕. 저녁도 알아서 먹겠다고 했다. 아이들 챙기던 간식과 저녁에 약간만 양을 추가했다. 이여사에게 받아온 파김치 열무김치 오이지 다 꺼내서 애들하고 먹으라고 해도, 늘 배추김치 하나만 꺼내 먹고 만 흔적이 있다. 그것도 작은 용기에 덜지 않고 커다란 김치통 그대로 먹고 뚜껑을 닫은 흔적이 있다.


아,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ㄱr 끔 눈물을 흘린ㄷr...







브런치에 주말부부일기 50개를 채워 투고할 계획이 흐트러졌다. 내 글감 구하자고, 올라온 사람을 도로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고. 앞으로는 '주말, 부부일기'를 써 볼 참이다. 50개를 채워 투고할지는, 그 어느 날의 나에게 맡길 참이다.








그리고 우리는

부부 싸움을 했다.


냉전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