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다. 쓰다 보니 보여 주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sns에 글을 쓰고 올리다 보니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싶어졌다. 그런 욕망이 내게 꿈틀거리고 있을 줄이야.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이었다.
브런치 작가 지인 세 분에게 조언을 구했다.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조언과 도움을 주려는 진심은 얕지 않았다.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콘텐츠의 특별함. 글쓰기의 성실함.
'네? 10년 일했는데 퇴직금이 0원이라고요?' 내가 생각해도 깜찍한 제목의 첫 글이었다. 프리랜서 강사 10년 후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이야기를 썼다. 친정 엄마와의 북클럽 이야기를 썼다. '친절한 복희 씨'를 읽고 나눈 이야기를 썼다. 세 개의 이야기를 내밀었다. 허락해 주소서.
종교가 있다면 두 손 모아 기도했을 텐데. 대신 확언 노트를 썼다. 마음속에 바라는 일을 이미 일어난 과거형으로 적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실행해 본 적은 없었다. 안 되면 말고 일단 해 보기로 했다. 레인보우 다이어리 끄트머리에 한 줄씩 2주 정도 썼다. 조그만 글씨로 소심하게 썼다. 이루어 주소서.
'브런치 작가 승인이 한 번에 났다.'
'브런치 작가 승인이 한 번에 났다.'
'브런치 작가 승인이 한 번에 났다.'
......
나는 한 번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
1년 전 그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20220215 수업 마지막 달의 화요일,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실로 카트 가득 교구를 싣고 엘리베이터로 이동 중이었다. 무심결에 습관처럼 열어 본 메일함에서 승인 메일을 확인했다. '입틀막' 사이로 피식피식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작가래. 나보고 '작가님'이래.
친정 엄마와의 북클럽 이야기를 이어 썼다. 딸과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데이트를 기대한 이여사의 마음과는 달리, 이제 막 '작가님'이 된 딸은 얼른얼른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었다. 무슨 얘기 나누었더라. 엄마는 어디가 와닿았다고 했지. 다음 책도 빨리 완독하고 만나요. 숙제 내듯 다음 책을 건넸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라는 것도 있다고? 10편 이상의 글을 묶어 책처럼 만들어 응모한다고? 메이저급 출판사들이 책을 내준다고? 오호라, 이번에도 도전. 엄마 어서 읽어요. 나도 빨리 읽어야지. 쓱쓱 써야지. 나는야 '작가님'인 걸.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마음으로 읽고 썼다.
당연히 될 리가 없었다.
누구라도 책을 내고 싶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다. 오랜 세월 피와 눈물로 새긴 이야기를 연필 들고 펜 들고 한 칸 한 칸 원고지를 채워 나가지 않아도 '작가'라는 단어는 마음껏 부르고 불린다. 브런치 작가는 명확한 심사 기준이 없으니 아무나 승인해 준다는 말도 들었다. (그 '아무나'에 내가 속해 있는 것만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몹시 부끄러웠다.) 브런치 작가 아니어도 글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았다. 그들은 굳이 브런치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출간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책을 내자고 출판사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작가는 모든 곳에 있었다. 단번에 승인 나는 것까지가 나의 운이었다.
나의 브런치로 돌아왔다.
이름과 계정을 고심 끝에 정하고, 메인 프로필 그림을 의뢰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 하던 곳이었다. 좋아요 하나에 웃고 덧글에 상처 입을까 미리 덧글 제한까지 설정하며 나의 방패를 드리웠다. 즐거운 대로 감동받은 대로 속상한대로 화나는 대로, 마음껏 어지럽히고 집어던질 수 있었다. 그러다 차츰 마음이 말랑해지면 다시 정리해 제자리에 꽂고 예쁜 꽃 한 송이 컵에 담아 세워 놓을 수 있었다. 그러면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