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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19. 2016

두개의 풍경

#미국인 할아버지와의 접촉사고


핸드폰이 꺼졌다. 그래서 일행 차를  쫓아가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길, 나는 일행 차를 놓칠까 봐 그 차에만 온 신경을 써서 차 궁둥이를 틀다가 주차되어 있던 차를 살짝 박았다. 망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차 앞유리에 본인 번호를 놓지 않는다. 차주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차주를 찾아야 하는 상황. 커피숍과 식당 앞 주차장이어서 우선 커피숍에 들어가서 차번호와 차종을 말하고 주인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커피숍 직원이 주차장 관리인까지 불렀다. 주차장 관리인은 나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었다. 잠시 후 커피숍에서 차주를 찾았다. 알고 보니  단골손님이었다. 백발의 노신사다. 할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당신이 박은 겁니까?"

-"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본인 차를  훑어보더니 내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당신 오늘 운 좋은 날입니다. 그냥 가세요."


-"정말요? 다시 한 번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옆에서 주차장 관리인이 덧붙인다.


"당신이 정직해서 상을 받은 것 같네요."


내가 도망갈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직접 차주를 찾아 나선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이미 흠집도 많이 나고 오래된 차여서 내가 낸 흠집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없었기에 노신사는 나를 쿨하게 보냈겠지만 첫 사고 치고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우리 사이엔 언성도 오가지 않았고 매우 젠틀하고 쿨하게 일이 마무리되었다.


#한국인 아줌마와의 접촉사고


한인마트 주차장. 나도 내 차를 빼고 있었고 차 궁둥이를 한껏 틀어 막 나가려는 찰나. 쿵. 뒤에서 또 나오려던 아줌마의 SUV가 나의 콤팩트 카 모서리를 쳤다. 나의 두 번째 접촉사고다. 내려서 보니 내 차만 찌그러졌다. 젠장. 분명 내가 먼저 나가고 있었는데... 아줌마는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것도 없이 반반의 책임이 있는 것을 아는 것인지 차 트렁크를 열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 부를 사람이 있으면 부르란다. 나는 당황한 기색이 사고가 처음인 초짜처럼 보였나 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가관이다.


"왜 그러게 작은 차를 몰아. 돈 벌어서 큰 차 몰아. 큰 차가 튼튼하고 안전해."


반말이었다. 나는 이성을 잃지 않고


-"아, 네."


라고 답했다. 서로 보험 처리하지 않기로 하고 사건은 종결 났다.


살면서 꼰대랑 자주 마주치게 된다. 우리 집에도 계신 것 같다.(걱정이다.) 이 것이 유전적 성향이 강하다면 훗날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에 혹여나 운 좋게 크고 좋은 차를 타고 있다면 마음의 사치를 부려야지. 아니 빌빌 거리고 살더라도 마음은 부자로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운수 좋은 날을 선물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잖아?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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