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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Feb 19. 2016

드러운 연애가 준 뼈아픈 교훈

아닌 건 영영 아니더라

* 사진 출처: 언니가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웃기다고 보내준 사진


연애 초반부터 '이건 아닌데.. 하고 걸리적 거리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귀엽게는 연인의 이빨에 자꾸만 끼는 고춧가루부터 무섭게는 문득 비춰지는 연인의 폭력성까지 매우 넓다. 고춧가루는 농담이고(정 떨어지면 이것도 진짜 역겨워지곤 하지만)


대표적인 건 아래 두 개의 케이스 같은게 아닐까 싶다



1. 나의 연인과 그의 주변 이성들(동성애자라면 동성들)과의 관계 관련


- 본인은 당당하다하고 머리로는 어떻게 납득하겠는데 마음에서 찝찝하고 더러운 무언가가 떠나지 않음


- 예를 들면 내 기준에서 매우 사적이고 친밀감 있는 사이에서나 할 사적 안부 묻기 ("뭐해?") 같은 연락이 오고 -> 그들은 '아는동생' '친구' 또는 전여친 또는 잤던 여자이지만 난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더이상의 '물증'도 없고 더 캐물으면 스토커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물러나지만 계속 찝찝


- 매번 시원하게 해명은 안 되는 상태에서 잊을만하면 이게 반복(반복된다는 것이 중요)



2. 폭력성 관련



- 화나면 욕을 하거나 뭘 때려부수곤함


- 나한테 욕한게 아니고, 나한테 던진게 아니고, 날 때린게 아니니 겁먹지 말라고함. 앞으로도 본인은 절대 널 때리지는 않을 거라고 함


저기요, 내가 그 때문에 겁먹고 쫄린거 자체가 이미 폭력이거든요









먼저 말하지만, 난 무조건 많이 경험하고 끝까지 가보라는 충고 따위 절대 하지 않는다. 연애는 단순한 연애놀음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려고 굳이 입에 쳐넣을 필요는 없다 냄새 맡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나의 병신력을 반성하고 겸허해지기 위한 시간과 역병같은 연애를 피하기 위해선 아픈 시간을 통한 백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우리네 사랑꾼들은


나의 위대한 사랑이 있다면

그(그녀)가 시간이 지나 '철든다면'

내가 끝까지 '이해'하고 '믿어'준다면


이 상황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곤한다.


아니다.

개선되기는커녕


나의 위대한 사랑은 닳아빠져 난 불신의 아이콘이자 메마른 영혼이 될 것이고

그(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가 진화 발전할 것이며

내 이해와 믿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결과를 보고 나서 멍청한 스스로에게 자괴감에 빠져 사경을 헤맬지도 모른다




물론 친구들한테는 쪽팔려서, 그리고 무의식 중에 자기 암시로 "아 나도 싫어 빨리 헤어져야지" 라고 하지만, 진짜 헤어질 사람들은 그런 허세 떨 시간도 없이 칼처럼 짤라낸다.


 오히려 '난 널 그리 사랑하지 않고 너에게 컨트롤 당하지 않고 언제든 내 삶을 지켜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더 나쁘지 않고 귀찮으니 미련없이 사귀는거야' 라는 엄청난 자기 방어와 착각이 드러운 연애를 아주 오래오래 폭 곰삭게 만든다.









추억도 교훈도 되지 않을, 그런 연애를 했던 내 자신을 그냥 찢어죽이고 싶은 드러운 연애 경험자 나는 이 땅의 동지들에게 힘을 다해 외친다


아닌 건 아닙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나의 연인이 실제로 바람을 피고 안피고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건 그는 결국 헤어지는 그날까지 같은 문제로 당신 속을 갉아먹을 거라는 것이다.


막말로 차라리 시원하게 한번 일을 치고 솔직해지면 서로 니킥 한번씩 날리고 제 갈길 가던지 도인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유러피언 커플이 되던지 할테지.


매일 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이해해야지' '나쁜놈' ' 내가 왜 이렇게 인생을 소모해야 하는가' '어제 인스타에 댓글 남긴 그 여자애는 또 누구지 걔 스타일이던데' '아 생각말자' 하고 원망과 자책으로 새하얀 밤을 보내는 동안, 쥐새끼가 잠자는 수탉 깨기도 전에 내장 파먹어 죽이듯 당신의 영혼을 조용히 죽인다.


폭력도 마찬가지.


앞에서 말했듯 '겁먹는 자체가 폭력'이고 혹여 '진짜 날 때리는' 상황까지 오지 않더라도 당신은 헤어지는 그날까지 공포에 떨다가 결국 그 문제로 마음은 너덜너덜해질대로 너덜해지고 허무한 이별만이 남고 말 것이다. 아니 차라리 더 크게 다치거나 피해보지 않고 '이별 정도로' 끝나면 참으로 다행이다.








사랑은 위대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믿음은 사랑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덕목이다.



이 외롭고 거지같은 세상 바다에서, 조각배일지언정 너랑 나 둘이 서로 꼭 껴안고 믿어주고 의지하며 둥둥 떠다닌다면 그거 하나로도 한 세상 살다 간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하고픈말은

당신의 그 고귀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 굳건한 믿음을 개새끼를 이해하는데 소모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은 지옥이기에 사랑과 믿음과 은혜가 필요한 곳은 거기 말고도 너무나 많다.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의 본체가 있는 존재는 혹여 지금 겉에 누더기를 입고 있더라도 그 누더기 마저 벗어 날 감싸서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영하 10도인데 말도 안 되게 패딩 입을 때 보다 누더기 한 장이 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은,  내게 그 누더기 벗어주고도 웃고있는 아름다운 영혼이 감기 들지 않도록 꼭 안아주는데 쓰면 된다.



만약 지금 당신이 아무리 사랑하고 믿고 이해하려해도, 매번 반복되는 문제에 자꾸만 무너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고뇌로 머리가 썩을 것 같다면 그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면 더 심해졌지 절대 나아지지 않으며 사랑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사랑안에서는 엄청난 고난에 처할지라도 분명 이 아픔이 우리를 더욱 굳건하고 아름다워지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어렵지 않게 가질 수있고,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성장하게 만든다.



당신의 사랑을 받을 아름다운 영혼이 지금 이 시간에도 외로이 떠돌고 있다.

지금 당장 드러운 관계에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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