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희로애락을 알기가 무섭게 생로병사를 알게 되면서 삶의 단계가 또 다른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먼 이야기였던 부고가 이제는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 나의 사랑하는 이들의 이별이 하나 둘 쌓여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항상 대비할 수 없는 것이고 시간은 좀 덧없기 때문에 소중하고, 어쩌면 우리는 항상 이별할 준비를 해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살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하고 절실해지기 때문에 좀 어렴풋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좋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삶이란 마치 강렬한 불 바로 아래의 그림자처럼 삶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무언가 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매 순간을 그렇게 절절하게 살아내다 보면 매 순간을 온통 약점투성이로 살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어 순식간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금세 죽어버릴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삶이란 좀 적당히 살아야 하는 것이고, 죽음도, 삶의 한정적인 속성도 좀 적당히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런 삶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 때면, 그 관계의 마무리를 해야 할 때도 분명히 맞이하게 된다. 그 끝 역시 불시에 다가오기 마련이고, 그때를 내가 자각하고 있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돌이켜 보니 그때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저 소망하기를, 가급적 내가 이것이 마지막이길 알기를 바라고, 그 마무리를 후회도 미련도 남기지 않도록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시리즈의 마무리로 준비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시리즈를 사랑하는 제작자들과 시리즈를 사랑하는 애청자들이 작품 속의 주인공들과 잘 헤어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한 작품이다.
마크가 죽은 뒤 두 아이들과 새로운 삶의 챕터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내려는 브리짓은, 마크의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결코 마크를 잊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마크를 잊지 않고, 마크를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면서도 새로운 사랑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아이들에게 결코 상실이나 상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그러한 과정을 먼저 이끌어 나간다. 어른이 갖은 쓰잘데기 없는 것들로 고민하는 동안 아이들은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며, 답을 찾고, 실천한다. 그래서 오히려 브리짓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다. 그렇게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는 브리짓을 보며 우리는 all by myself를 부르며 홀로 외로이 늙어 죽겠지! 를 외치던 브리짓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리고 또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우리가 함께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긴지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주는 시리즈 전체의 스틸컷을 보며 우리의 작고 소중한 우정이, 여기서 하나의 매듭을 지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에 작별을 넣은 브리짓과 달리, 에단 헌트를 연기한 톰 크루즈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배우로써 인사말을 넣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쿠키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끝낸다. 배우로 남긴 인사는, 이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보시기에 좋은 영화이고 여러분을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상당히 흔한 메시지지만 그가 이 메시지를 남긴 것을 보았을 당시엔 제법 감동스러웠다. 그렇지. 영화란 우리가 함께 굉장히 집중해서, 압축적인 시간을 나누려고 영화관이라는 곳을 선택해 보게 되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영화를 찍다가 사망한 헐리웃 배우가 뉴스에 뜬다면 이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 가장 신체의 안전을 걱정하는 배우이다 보니, 그가 이번에도 온몸이 부서지도록 찍어낸 수많은 액션들을 온 심장을 조여가며 보면서, 큰 화면이 주는 그 압도감도 있지만,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 주는 몰입감도 크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액션은 고소공포증과 심해공포증을 건드리는 구석이 좀 있다.
영화는 액션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평이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엔티티라는 현실을 왜곡하고 인류의 절멸을 목표로 하는 AI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루터는 항상 그렇듯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내는 천재이고, 루터가 만들어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들고 에단은 벤지와 그레이스, 파리 등과 함께 일행을 꾸려 불가능한 미션들을 해결해낸다.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IMF의 선서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엔딩을 암시한다. “우린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명확한 엔딩보다는, 이런 작별도 있는 것이라고. 이렇게 미션을 끝냈고, 완전히 은퇴하게 될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이정도 했으면 좀 됐지 않나 싶기도 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반복하면서. 루터도 말한다. 우리 직업에 은퇴와 낚시 같은 게 있느냐고.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결국 미션은 완료했지만 에단은 어떤 삶을 이어 나가게 될지 모른다. 그의 새로운 챕터는 아마 이전과 비슷한 챕터일 것이다. 다만 우리와의 접점은 여기까지 인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 영화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이지만, 둘 다 비슷하게 8090세대와 함께 성장해온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시리즈 모두 2025년에 이렇게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시리즈 내내 호평과 혹평을 오고 갔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큰 사랑을 받았던 그들을, 이렇게 보내주며. 미련도 후회도 남기지 않고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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