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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피에 Dec 21. 2021

[Netflix]용서될 수 없는 '언포기버블 2021'

육각형 스낵 리뷰

넷플릭스 무비 찍먹

['넷플릭스 무비 찍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시리즈 작품들을 '육각형 분석표'와 함께 다각적으로 살피는 리뷰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언포기버블' 2021

작품 줄거리

아버지의 자살로 5살 여동생 케이티와 남겨진 루스(샌드라 블록)는 주거지 퇴거명령에 맞서 산탄총을 들고 저항한다. 이 과정에서 한 보안관이 사망하게 되고, 루스는 보안관 살해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는다.


루스가 감옥에 가게 되자 케이티는 입양다. 이후로  20년간 편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소식도 루스는 듣지 못한다. 20년의 복역을 끝내고 출소한 루스는 사회의 냉대를 경험하지만, 그런 중에도 케이티를 만나기만을 소망한다.


루스는 과거 케이티와 살던 집을 찾아간 길에 현재 집주인 변호사 존을 만나게 된다. 존의 도움으로 루스는 케이티와 만날 희망을 가지게 되지만, 루스가 모르는 사이 사망한 보안관의 두 아들이 루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복수의 기회를 엿본다.

보호감찰관에게 주의를 듣는 루스

작품 소개

'언포기버블'은 넷플릭스의 2021년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의 마지막 주자로써, 한국에서는 12월 10일 공개되었습니다.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로 탄탄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샌드라 블록이 다시 한번 명연기로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샌드라 블록은 1994년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한 액션 영화 '스피드'로 당대 최고 스타 여배우가 되었고, 이후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2013년 '그래비티', 2018년 '버드 박스'에서는 해가 지날수록 깊어지는 연기적 내공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언포기버블 2021 육각 스탯


육각형 영화 리뷰

1. 소재(특별함) 7점

'언포기버블'의 소재는 '경찰 살인', '징역 20년', '복수', '죗값'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다 살인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한 소재가 아닙니다. 사건 당시의 기억과 언니의 존재를 잃어버린 여동생의 설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소재라는 항목에서 7점을 주었던 이유는,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재가 가진 전략적인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2. 등장인물(매력) 8점

등장인물 중 매력적인 인물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8점을 준 이유는, 주인공 루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영화가 가진 톤 앤 매너에 잘 녹아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입체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주인공인 루스입니다. 루스는 말이 없는 편입니다. 미국에서 경찰 살해범은 엄중죄인으로 취급되니, 위축되고 주눅 든 루스의 모습은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굉장히 입체적인 부분은 감정을 숨기거나 참아내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감정 그 자체를 차단해야만 했던 한 인간의 모습이 잘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지점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직장동료에게 놀라, '나에게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루스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면, 우선 사망한 보안관의 아들 형제는 복수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루스가 일하는 생선 공장의 피터는 거친 일상과는 다르게, 루스에 대한 호감을 조심스럽게 키워갑니다. 인물들의 입체감은 루스가 가진 특유의 핍진 성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몰입하다가 다른 인물이 등장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으며 동일선상에서 입체감만 돌출되는 식입니다.

5살의 케이티에게 마지막 팬케익을 먹이는 루스

3. 배우(연기) 9점

샌드라 블록의 '루스'는 꼭 필요한 말만 하며, 눈빛이나 호흡 같은 신체적 표현으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루스는 인내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고스란히 눈과 숨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그렇게 꾹꾹 눌러 쌓여간 감정들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합니다. 그러나 신파적 눈물이나 과장된 표현은 없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촘촘히, 그리고 일관성 있게 감정을 눌러 담습니다. 루스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가장 자연스럽고 루스다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4. 장면 전환 (리듬/템포) 8점

영화의 템포는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루즈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크게 3가지 시점에서 진행되고 각 시점의 연관성은 관객들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과 몰입감이 증폭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점은 주인공인 루스가 처한 차가운 현실입니다. 두 번째 시점은 언니의 존재를 모르는 케이티와 입양부모의 시점입니다. 세 번째는 사망한 보안관의 두 아들 시점입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케이티와 재회하려는 루스, 그러한 루스를 케이티에게서부터 떨어뜨려놓으려는 양부모,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두 아들의 시점이 오가며 긴장의 리듬은 고조되고, 관객의 가슴갑해집니다.


자신이 전과자임을 밝히는 루스와 당황하는 피터

  

5. 장면 연출 (비주얼) 7점

영화 '언포기버블'은 시각적 볼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소재와 주제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점이라는 점수를 매긴 이유는 다른 의미의 '볼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등장하는 장소들이 아주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루스가 제공받은 쉼터, 일터인 생선 공장, 리모델링 중인 노숙자 센터 등 루스가 마주하는 공간과 사람들은 무미건조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이러한 환경은 간접적으로 루스라는 인물을 비추고, 루스가 처한 현실과 내면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케이티의 가족은 화목하고 안정적이기에 루스와 대비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대비되는 두 개의 세상을 연결해주는 변호사와 그 아내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변호사인 남편은 백인, 아내는 흑인이며 둘은 경찰 살인범 루스의 일을 수임한 것에 대해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줍니다. 인종이 다른 부부, 다른 세상, 흑과 백 어쩌면 상징적일 수도 있는 대립구도를 시각적인 연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는 마치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죄를 판단하고 벌하거나 면죄할 수 있는 합당한 능력이 있는가?'   


6. 이야기(스토리텔링) 9점

무엇보다 '언포기버블'이 놀라운 지점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총 3가지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3가지 시점은 각각 3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루스입니다. 보안관 사망 사건 이후 20년 간의 복역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루스의 목적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생과 '재회'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케이티의 양부모입니다. 이들은 끔찍한 사건 끝에 홀로 남겨진 5살 케이티를 입양하여 20년에 걸쳐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키워냈습니다. 그런 케이티에게 전과자인 루스가 접촉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입니다. 세 번째는 사망한 보안관의 두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루스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복수'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입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체포되는 루스

약 이 세 가지 적들이 초반부터 치열히 부딪혔다면, 영화는 훨씬 볼거리가 풍부한 '액션 스릴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포기버블'은 이 세 가지 목적이 아주 천천히 서로를 조여 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의 의도와 오해, 우연이 자연스럽게 얽히고설키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인물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정교하고 짜임새 있어 놀랍습니다. 이후 이것들이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려 나갈 때 발생하는 불편한 쾌감은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국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갈등과 감정들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다시 한번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영화의 전반부에서부터 아주 치밀하고 조용하게 이루어지고, 기대를 벗어나는 결말을 보여줬음에도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 9점을 매기게 되었습니다.  

언포기버블 2021 NETFLIX

갈무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언포기버블'은 샌드라 블록의 연기적 커리어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단순히 쓰인 대사를 말하고 약속된 몸짓을 행하는 직업이 아님을, 샌드라 블록은 생생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언포기버블'에서 샌드라 블록이라는 배우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직, 동생을 만나길 간절히 소망하는 '루스 슬레이터'가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루스의 감정과 몸부림에 온전히 몰입되게 만든 장본인은, 영화가 가진 주제/분위기/연기/흐름/플롯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 핏줄 영화

케이크 메이커 2017,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6


추천하는 유형

쌓이는 긴장을 즐기시는 분, 먹먹한 눈물을 흘리고픈 분, 잔잔하고 긴 여운을 좋아하시는 분


비추천하는 유형

느끼는 것보다 보는 것이 편한 분, 영화적이고 화려한 볼거리를 좋아하는 분, 킬링타임 하실 분




한줄평
'뭘 알아야 용서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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