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박두만(송강호) 2화

'약간의 주의 사항'

by 시네피에

살인의 추억/박두만(송강호) 1화

'연기, 과하게 해석하기'


몸은 훌륭한 기계이다... 화학 실험실이자 동력원이다. 자발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동작에는 비밀과 경이로움이 가득하다!
- 테오도르 헤르츨




[2]화에서는 박두만 형사의 용의자 조사 장면, 논두렁 장면을 '과하게' 해석하기에 앞서, 이해에 필요한 내용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몽타주 기법

우선 이 씬은 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용의자 조사 장면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몽타주' 기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몽타주'는 쉽게 말해 컷들을 연결하여 표현적으로 의미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짧은 컷들을 연결시켜 짧은 시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는 연출기법입니다. 이미지의 연결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거나, 영화 전개상 필요하지만 깊게 다룰 필요 없는 내용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몽타주 기법을 설명하는 쿨레쇼프 효과의 예시


롱 테이크 샷 기법

추가 피해자가 발견된 논두렁 장면은 '롱 테이크 샷'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롱 테이크 샷' 기법이란 쉽게 말해, 컷을 하지 않고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촬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감현장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NG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촬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이나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같은 영화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롱 테이크 샷으로 연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체가 롱 테이크 샷으로 보이도록 기술적 연출이 이루어진 것이지, 한 번에 촬영된 것이 아닙니다.)

영화 '버드맨' 촬영 중, 롱 테이크 샷을 위해 사용된 '스테디 캠'


주의 집중/분산/이동

이 두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주의'입니다. 특히 논두렁 장면에서는 배우 송강호의 '주의'에 대한 표현들이 롱 테이크 샷이라는 기법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이동시키며, 어떤 때는 분산하며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앞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은 눈으로 보는데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걷는 사람, 도로를 달리는 차, 갖가지 소음 등에 주의가 분산되어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별 탈 없이 목적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로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걷는 사람들이 교통사고에 취약한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시각과 청각의 주의가 모두 스마트폰으로 집중되어 주변의 위협을 알아채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보자면, 특히 논두렁 장면에서 배우 송강호의 '주의 집중/분산/'이동' 과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매우 환상적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상에서는 이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매 순간은 예측과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감각기관은 실시간으로 주의를 집중하거나 바꾸는 과정을 예민하게 반복합니다.


하지만 연기적 상황에서는 이 주의를 발생시키는 과정이 대부분 '약속'되어 있습니다. 배우는 정해진 '대사' 혹은 '행동'의 약속을 통해서 특정한 타이밍에 액션을 취합니다. 그 안에서 '주의 집중/분산/이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배우는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일을 사전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주의나 인지의 과정을 표현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며, 극 중 상황을 벗어나 상황과 약속을 깨고 현실의 무언가에 주의가 끌려 실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상태로는 좋은 연기가 나오기 어려우며, NG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인식, 인지, 주의로 가득한 우리의 뇌

다각적인 모습

[2]화에서 살펴볼 몽타주에서 박두만이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단순히 박두만이 여러 명의 용의자를 만난다는 사건을 넘어서 각각의 인물에 대해서 반응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차이는 '주의 집중/분산/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알지만 모른다

'알고 있다'는 것은 연기적 상황에서 굉장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장면을 촬영하다 보면,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고자 하지만, 동시에 '약속'이 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물론 베테랑 배우들은 이러한 과정에 익숙하고 노련한 사람들이기에 인물이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잘 구별하여 표현하며 큰 무리 없이 장면이 촬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씬에서 배우 송강호가 보여주는 '주의 집중/분산/이동'의 과정들은 익숙히 봐왔던 수많은 배우들의 표현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박두만 형사의 주의가 연속적으로 집중/분산/이동하는 경이로운 장면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을 '롱 테이크 샷'이라는 리스크가 큰 촬영 속에서 2분 가까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더 경이롭습니다.


어떻게?

배우 송강호가 박두만 형사로 '빙의'해서 실제로 그 순간을 살았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 그렇게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장면에서 어떤 식으로 박두만의 주의가 집중/분산/이동하고 있는지를 '과하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주의가 집중/분산/이동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태를 보이는지, 어떤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숙련된 배우의 몸짓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연기를 하시는 분들은 좋은 공부를,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일상에서의 눈살 미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합니다.






[3]화와 [4]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용의자 조사' 장면과 '논두렁 롱 테이크' 장면을 살펴보며, 배우 송강호의 '주의 집중/분산/이동'에 관한 연기적 디테일을 '과하게' 해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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