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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Jun 04. 2018

팔방미인 스타 배우의 탄생

맷 데이먼 [굿 윌 헌팅] 1997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데이면, 로빈 윌리엄스, 벤 에플렉, 미니 드라이버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바뀐 배우들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든 배우들의 결정적 영화를 살펴보면서 작품과 배우의 궁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2년 전, [제이슨 본]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배우 맷 데이먼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해석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 그리고 정치적 발언에 대한 소신을 얘기하는 모습은 한국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8살에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해 구스 반 산트, 스티븐 스필버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들리 스콧 등 수많은 거장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각본과 제작에도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다재다능한 배우의 성공에 비록 짧지만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부분에서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의 이름이 호명되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이십대 중반의 두 배우는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상대에 오른다. 두 명의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꿈을 가진 두 친구는 오디션을 전전하다 맷 데이먼이 하버드 대학 재학 당시 쓴 시놉시스를 함께 시나리오로 완성한다. 이들의 재능과 가능성에 헐리우드 관계자들은 매료되었던 것 같다. 일은 순탄하게 진행되었고 몇 년 후, 무명에 가까웠던 두 배우는 단 숨에 스타덤에 오르며 [굿 윌 헌팅]을 기점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다.

수재들이 모여 있는 MIT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램보 교수는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를 복도 칠판에 내놓고 누구라도 학기가 끝나기 전에 그 문제를 풀면 자신의 수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한다. 수년을 매달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누군가가 풀어내고 그 문제를 풀어낸 사람이 학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청소부라는 것을 알게 된 교수는 천재를 발견해냈다는 흥분에 휩싸여 그를 수소문하고 감옥에 수감된 그를 찾아낸다.  청소부 윌(맷 데이먼)은 거의 모든 학문에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천재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양부모의 학대로 인한 입양과 파양의 반복)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반항아이자 문제아다. 패싸움으로 감옥에 수감된 그를 찾은 램보 교수는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감옥에서 빼내 줄 테니 수학 연구와 심리 치료에 참여할 것! "

램보 교수는 여러 심리 치료사에게 윌을 보내지만 윌은 번번이 그들을 조롱하면서 면담을 망쳐버린다. 결국 램보 교수는 대학 시절 절친한 사이였으나 지금은 교류가 없는 숀(로빈 윌리엄스)에게 윌을 보내고, 윌은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비범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 여러 장애를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윌은 거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물로 그가 숀이라는 인생의 멘토를 만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을 영화는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일용직을 전전하며 육체노동을 하고 일이 끝나면 처키(벤 에플렉) 일당과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인 윌은 도서관에 가면 공짜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을 수천만 원을 들여 대학에 가고도 다른 사람의 논리나 베끼는 명문대 학생들을 조롱하고,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 공격하는 것에서 만족을 느낀다. 세계 일류 수학자들도 절절매는 수학문제를 단숨에 풀어 버릴 만큼 천재적인 그이지만 냉소와 오만으로 가득 찬 불안정한 그의 내면은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고 방황한다.  

윌이라는 캐릭터를 대하는 관객의 첫 마음은 아마 램보 교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윌이 배운 적도 없는 수학공식을 활용해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은 수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묘한 쾌감을 전달한다. 만약 이 청년에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면 그가 세상을 바꿀만한 이론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분명 달콤한 꿈이지만 ‘아이고 감사합니다.’하며 그 꿈에 냉큼 동참할 만큼 윌은 순종적이지가 않다.  


윌이 하루라도 빨리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성급한 램보와 달리 숀은 윌의 뛰어난 두뇌가 양날의 검이 되어 오히려 그를 망가뜨릴 수도 있기에 과거의 상처를 치료하고 진정 그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윌의 안녕을 바라는 두 지도자의 마음은 같으나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은 다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램보는 성과에만 급급해서 인생의 소소한 행복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숀은 큰 그림을 그릴 줄 모르고 현실에 안주한 실패자로 보일 수 있지만 두 사람 모두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충돌은 관객으로 하여금 의미와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자신의 이론으로 일방적인 접근만 했던 다른 심리학자들과 달리 상호 교감을 이루는 숀의 심리치료는 닫혀 있던 윌의 마음(자신의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간관계랄 게 없는 윌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떠나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들을 떠나버림으로서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려 한다.)을 조금씩 열어가며 그가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시스티나 성당 천장벽화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빠졌을 때의 행복과 상실했을 때의 슬픔에 대해 얘기하며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없는 거라는 숀의 말은 윌의 마음을 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활자로 습득한 ‘앎’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앎’의 가치를 배우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윌은 내적 균형을 맞춰가며 한 단계 성장하고 관객은 그를 응원하게 된다.


[굿 윌 헌팅]은 보편적인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성장영화다. 탄탄한 대본은 윌의 감정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방황하는 청춘들에 대한 영화들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구스 반 산트의 연출력과 눈빛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 내내 흐르는 엘리엇 스미스의 가늘고 우울한 청춘의 목소리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20년 전, [굿 윌 헌팅]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온 풋풋한 모습의 맷 데이먼을 본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이 윌을 발견한 램보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영화도 그도 빛이 난다. 맷 데이먼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1998년 수상자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의 잭 니콜슨이다.)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 또한 인정받고 이후 헐리우드를 종횡무진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추신

1. 이후 맷 데이먼이 대본에 참여한 영화는 모두 세 편인데 그중 두 편을 구스 반 산트가 연출했다.

2.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회사는 하비 웨인스타인이 대표로 있었던 ‘미라맥스’다. 2017년, 미투 운동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그의 성폭행사실이 밝혀졌고, 그와 친분이 있는 맷 데이먼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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