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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Jun 05. 2018

[브런치 무비패스]디트로이트

차별의식과 만난 권력의 무자비한 폭행

디트로이트 Detroit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존 보예가, 안소니 마키, 윌 포터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7년 7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5일 동안 지속된 이 폭동은 43명의 사망자와 1189명의 부상자, 2000채가 넘는 건물의 파손이라는 엄청난 피해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상처를 미국 사회에 남긴다. 경찰이 무허가 술집에서 80여명의 흑인들을 체포한 것에 대한 반발로 부터 시작된 시위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차별과 학대에 억눌린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며 폭동으로 확대 된 것이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흑인 인권 운동은 조금씩 성과를 이루며 1965년 흑인의 투표권을 획득 하는데 까지 나아가지만 차별법이 사라진다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일상에서 평등한 권리를 체감하기에는 매우 미미한 것이었다. 한 번 불이 붙은 이들의 분노는 지난 세월의 아픔만큼 끝을 모르고 타오르고 깊이 박힌 상처는 불이 꺼진 후에도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신작[디트로이트]는 1967년의 뜨거웠던 디트로이트로 관객을 데려간다. 인권이 사라진 그곳에서 관객은 흑인들이 당한 차별과 폭력을 목격하고,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분노를 143분 동안 고스란히 간접체험하게 되는데, 그 강도가 몸서리 칠만큼 강렬하다.  


유리창을 깨부수고 들어가 상점을 강탈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유소에 불 까지 지르는 등 폭동의 정도와 범위가 커지자 이를 진압하기에 경찰 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정부는 군 인력까지 투입하고 디트로이트 시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반면, 이곳이 디트로이트 시내가 맞나 싶을 만큼 여유가 넘쳐흐르는 알제 모텔 쪽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용의자 색출을 위해 경찰과 군인이 출동하고, 폭동 3일 째 밤, 술과 음악, 웃음이 흐르던 그곳은 피와 비명, 공포가 가득한 곳으로 바뀌게 되고 관객은 이날의 일을 공포 영화 보듯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경찰들은 그곳에서 투숙중인 흑인들과 백인 여성 둘을 일렬로 세워 놓고 총을 발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한 ‘죽음의 게임’을 시작한다. 모든 방을 샅샅이 뒤져도 총은 나오지 않고, 투숙객들이 결백을 울부짖어도 경찰은 무차별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 경찰들이 범죄자 취급하며 총구를 겨누는 흑인들은 베트남 참전 용사이고, 스타를 꿈꾸는 가수이며, 성실한 공장 노동자에,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게 일인 청춘들까지, 소소한 문제들을 일으킨 적은 있어도 사람을 해친 적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되고 백인여자가 흑인과 한 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창녀 취급을 받는 1967년과 백인 경찰에게 억울하고 부당한 폭행을 당한 흑인들에 대한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2018년이 평행을 이루며 인종차별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악행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중요하다.  


폭동이 끝나고 폐허가 된 도시는 힘을 모아 복구 하면 되지만 피해자들의 아픔은 시간이 가도 아물지 못하고, 죄책감을 상실한 강자들의 차별과 폭행은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리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쑤신다.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영화는 흡입력 있고 잘 만들어졌다. 캐서린 비글로의 감독의 전작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에 이어 [디트로이트]도 마크 볼이 각본을 맡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강렬한 서스펜스와 주제의식을 담았다. 핸드핼드로 촬영 되어 흔들리는 화면가득 땀으로 범벅된 인물들의 얼굴과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관객은 그날 밤의 열기와 공포를 실감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이봐요. 지금은 1967년이라구요!” 라고 말하는 백인 여성 줄리의 대사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흑인을 차별 하냐는 의미였다. 이후로 미국에서는 몇 차례의 흑인 폭동이 더 일어났고 진보와 후퇴를 반복하면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될 만큼 인종차별문제가 개선되었지만 줄리의 대사에 2018년을 대입시켰을 때 “진짜?”하고 반문하게 된다.  


“이 영화는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바뀌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질 기회였다.”는 감독의 말은 비단 인종차별에만 국한된 게 아닐 것이다. 차별의식과 만난 권력이 행하는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에서 자유로운 집단은 없으며 누구라도 그 집단에 속할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

1. [로보캅] 시리즈. 영화 속 범죄도시로 설정된 디트로이트를 통해 미국에서 디트로이트가 가지는 이미지를 짐작할 수 있다.

2.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 영화는 폐허가 된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다. 

3. 에미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8마일]. ‘8마일’은 디트로이트를 도시와 교외로 나누는 도로로 이를 경계로 백인과 흑인,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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