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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Jul 08. 2018

[브런치 무비패스]잉글랜드 이즈 마인

딸기인줄 알고 먹었는데, 딸기맛 사탕이네!

잉글랜드 이즈 마인 England Is Mine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2년에 결성되어 1987년까지 활동한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더 스미스’는 80년대 영국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이며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밴드이기도 하다. 영화는 밴드에서 작사와 보컬을 맡은 스티븐 모리세이라는 인물에 집중하고 그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더 스미스’라는 밴드가 결성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한 명의 예술가에 대한 전기이면서 예술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홀로 다른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청춘의 고백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더 스미스’는 낯선 이름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이름일 것이다. 그 중 밴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스티븐 모리세이는 ‘더 스미스’의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이름일 것이다. 문학, 특히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는 수줍은 많은 청년이 자신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 방황하는 이 세상 모든 청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시와 음악, 그리고 청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들이다. 거기다 실존하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라. 그 예술가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 줄거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몽글몽글 해지지만 <잉글랜드 이즈 마인>이 주는 설렘은 거기에서 멈춘다. 94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는 러닝타임에도 중반을 넘어서기 전부터 지루해 질만큼 이야기 구성이 어설프기 그지없다. 딸기인줄 알고 먹었는데 딸기 모양의 사탕을 먹은 격이다.  


영화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투쟁에 가까운 창작욕을 품고 있는 스티븐을 편협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징징거리는 투덜이로 만들어 놨다. 단지 쉬지 않고 쓰는 모습만 보일 뿐 예술에 대한 그의 갈망을 진심으로 전달하는데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 예술과 거리가 먼 환경에서 그가 느꼈을 외로움은 그가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머저리 취급하는데서 그 가치가 떨어져 버린다. 직장 동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직업소개소 면접관에게 뜬금없이 내뱉는 말(일면식도 없는 면접관에게 당신이 더 노력했더라면 어쩌면 보다 위대한 일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지루하고 시시한 일이나 하고 있다는 투의 말.)들은 보고 있기에 괴로울 정도였다. 그 말이 설령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야기 속에서 구현하는 방법이 관객의 몰입을 몰아낸다.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모리세이라는 영국 음악의 상징적인 인물을 캐릭터화 하는데 실패했고 사건과 인물들 간의 개연성 또한 떨어져서 이야기와 캐릭터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예를 들면 절친한 친구 앤지와 절교하게 되는 과정이라든지, 성공적인 첫 공연 이후 런던 음반회사와 계약에 실패하고 절망하는 모습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다.


세상을 향한 젊은 예술가의 야망은 ‘멍청한 세상, 왜 나를 몰라주는 거야?’ 하는 징징거림으로밖에 들리지 않고 <잉글랜드 이즈 마인>이라는 야심찬 제목은 공허한 메아리로 울릴 뿐이다.

그룹 '더 스미스' 좌측에서 두번째에 선 인물이 스티븐 모리세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아쉬움과 실망감을 채워줄 가장 일반적인 형식의 전기 영화부터 인물에 대한 재해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영화, 그리고 영화만이 가능한 실험들을 최대치로 보여준 영화까지 뮤지션들에 대한 영화들을 몇 편 골라봤다.

<벨벳 골드마인> 의 한 장면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물론(?) 토드 헤인즈의 <아임 낫 데어>와 <벨벳 골드마인>이다. 이 두 영화는 아마도 장담컨대, 우리가 뮤지션들에 대한 영화를 얘기할 때 항상 거론하는 영화들일 것이다. 토드 헤인즈는 밥 딜런과 데이비드 보위(외 등등)의 음악적 특성과 그들의 삶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놀라운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유니크한 감성과 그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영상미, 그리고 감성에 취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마력에 가까운 매력까지.  

<아임 낫 데어>의 한 장면.

<벨벨 골드마인>은 영화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극중에서 반짝이는 모든 것에 기꺼이 속고 싶은 그런 영화이고, <아임 낫 데어>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예술가인 밥 딜런의 작품과 인생을 전에 없던 방식으로 재해석한 수작이다.  

<컨트롤>의 한 장면.

23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뮤지션 ‘조이 디비젼’의 리더 이안 커티스에 대한 <컨트롤>은 젊은 예술가의 우울한 감성에 젖게 되는 영화다. 너바나, U2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안톤 코르빈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한 편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통제력을 잃어버린 예술가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제 삼자의 시선이 아쉽지만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감각적인 흑백 영상과 편집이 돋보인다.  

<도어스> 포스터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에 대한, 말 그대로 전기 영화 <도어스>는 짐 모리슨이라는 아티스트와 60년대 미국 문화의 감수성을 체험하는 듯한 안정적인 이야기와 특히 짐 모리슨을 그대로 재현한 발 킬머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다. 영화를 본지 오래 돼서 디테일한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 ‘도어스’의 음악을 정말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올리버 스톤이 쓰고 감독했다.


*언급한 영화들

1. <벨벳 골드마인>. 토드 헤인즈. 1999.

2. <아임 낫 데어>. 토드 헤인즈. 2007.

3. <컨트롤>. 안톤 코르빈. 2007.

4. <도어스>. 올리버 스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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