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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Jul 26. 2018

[브런치무비패스]인랑

늑대의 탈을 쓴 인간도 인간의 탈을 쓴 늑대도 없었다.

인랑   

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 한효주, 김무열, 정우성, 한예리, 최민호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동원 너무 멋있는 거 아냐? 재밌다. 진짜 재미없다. 실망이다. 등등. 사람들은 영화 <인랑>에 대한 감상을 쏟아내면서 극장을 빠져나갔고, 그들 속에서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영화를 봤음에도 적잖이 실망이었던 나는 이 영화가 같은 날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짓궂은 궁금증이 들었다.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고 일본이 재무장을 선언한 근 미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남한과 북한의 수뇌부는 생존을 위해 통일을 선택하고, 이를 원치 않는 강대국들은 한국을 상대로 경제 제재를 시작한다. 이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자 통일을 반대하는 섹트라는 이름의 시위 세력이 생겨나고 이들의 시위는 ‘테러’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폭력을 동반하며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특기대’라는 특별 경찰 조직이 생겨나고, 이들의 입지가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공안부’는 ‘특기대’를 해체시킬 음모를 꾸미게 된다. 

김지운 감독이 2016년 <밀정>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배경을 바꾸었지만 그렇게 바꾸었다고 해서 영화의 배경에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세 개의 조직. 섹트, 특기대, 공안부의 성격이 모호하다. 섹트는 목숨을 걸고 폭탄테러를 감행할 만큼 극단적이고 강한 성격의 시위대이지만 이들이 싸워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인지, 그들이 과격한 폭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전달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특기대와 공안부의 대립은 권력기관의 암투라는 설정이 무색할 만큼 개인의 콤플렉스에 초점이 맞춰져 밸런스를 잃고 의미를 상실한다.  

 

이들 세 조직의 캐릭터가 설정만 있을 뿐 성격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여기에 소속된 인물들의 캐릭터들의 고뇌와 갈등 또한 힘을 잃는다.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의 사랑 역시 각자가 속한 현실과 운명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전혀 애틋하지도 가슴 아프지도 않다.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할지라도 ‘영화’라는 매체에는 그것을 메꿀 수 있는 장치들이 있는데 그 점에서도 <인랑>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특기대의 전투복 ‘강화복’은 마치 웹 서핑용으로만 사용하는 300만 원짜리 고가의 컴퓨터처럼 그것이 가지는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미로처럼 이어지는 지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총알만 정신없이 난사 될 뿐 긴장감을 느낄 수는 없다. 

 

160억이라는 제작비와 강동원이라는 소위 충무로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배우,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일으켰던 김지운 감독(박찬욱, 봉준호 등등과 함께)까지. 관객으로서 혹 할 수밖에 없는 스펙에도 불구하고 흠 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멋지지만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데이트 상대처럼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8분 동안 강동원을 스크린 가득히 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의 팬이 아닌데도 그의 매력에 홀리는 것 같았으니 팬들은 오죽할까. 과연, 그의 매력이 흥행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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