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되면 뭐가 좋을까?

<예술의 힘>을 읽고 "예술이 되면, 한다."라는 옵션을 삶에 추가하기

by Rootin

돈이 되면 하는 일들을 명확하고 많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제 활동은 생계를 유지하고, 유지를 넘어 다채로운 소비와 일상을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부와 재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를 고려할 때 돈의 액수와 규모는 판단의 기준 중 중요한 요소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되면 하는 일들을 고르기보다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소거하는 방식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돈을 소유하는 방법대로 행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과 같이 내몰리기도 한다. '돈이 되지 않지만'은 일종의 낭만이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 자연에 대한 마음, 그리고 인간을 자유롭게 했던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진 외딴섬으로 몰리고 있다. 정말로 관계가 되면 하는 일, 자연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예술이 되면 하는 일은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크리스토프 멘케가 지은 <예술의 힘>이라는 미학 이론서는 예술을 충분히 시도해도 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다. 예술을 하면 결과적으로 인간은 평등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에서는 예술을 제한 능력과 적응력을 갖춘 이들이 환영받고 박수를 받는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동기' 자체는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동기'는 스스로 주장을 하거나 나서지 않는다. 그저 모두의 안에 존재하고 있다. '동기'는 곧 상상력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해보고 싶은 것을 떠올리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려보기 때문이다. 각자의 동기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 같은 분야와 능력을 활용하더라도 모두가 다른 개성을 통해 보고, 상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


"예술이 되면, 한다."라는 동기는 "돈이 되면, 한다."라는 동기와 비슷하면서도 구분된다. 가장 큰 차이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힘을 내는 것이다. "돈이 되면, 한다."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동으로 이끌어지기도 하지만 사회와 규범 세계 안에서의 자유까지 만 연결이 된다. "예술이 되면, 한다."의 경우에는 전체 사회와 규범 자체에서 벗어난 자유를 경험하는 기회를 창출한다. 하지만 "돈이 되면, 한다."로 규정되는 사회적 능력을 기르지 않고서는 예술을 할 수는 없다. 예술은 "돈이 되면, 한다."의 동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세상과 구분되면서 벌어지는 차이를 생명의 뿌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술은 현실이 없으면 스스로 세상을 유지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예술과 돈 사이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감정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예술을 만들 수도, 돈을 만들 수도 있다.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끼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그 가장 깊숙한 곳에서 어떤 동기와 생각을 통해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돌아보다면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칼로 베듯이 예술과 돈에 대한 즐거움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그 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비중을 많이 차지하려고 한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자연스럽게 밝혀질 수 있다.


소비에 대한 즐거움은 예술에 대한 즐거움에서 영감을 받아 성장한 경향이 있다. 소비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 상황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적응하는 힘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구성, 그리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유연함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노력은 또 다른 자유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예술을 하면 얻을 수 있었던 즐거움과 몹시 닮아 있다. 나의 생각과 가까운지, 삶에 잘 맞는지, 이전의 일상과 무엇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타게 만든다.


예술은 실험과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상태를 추구해왔다. 이는 소비문화가 가장 핵심으로 생각하는 동기와 맞닿아 있다. 과거의 욕구를 잊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도록 상품들을 생산하는 힘은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예술이 펼쳤던 방향이었다. 예술을 통해 세상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인간은 지금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으며 도전하고 시도하는 힘을 길러왔다. 여러 장소와 시간 속에서 발견한 예술적 경험들은 즐거움을 통해 자신의 경험, 마침내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자유로운 것에 대한 추구는 결국 자신 안의 통일을 지향했던 것이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고, 깊게 대화해보는 행동들은 새로움을 갈구하는 모습 안에 담겼다. 예술가는 직접 모습을 만들어내고, 예술 이론가는 그 모습을 아직 새로움에 도착하지 못한 이들을 연결 지어왔다. 다름과 새로움의 결합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동기'를 '변화'로 이끌었다. 당연하게도,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하기 전의 세상과 합의된 세상이 필요하다. 변화만 남은 세상에는 예술도 사회도 인간도 없다. 따라서 예술은 늘 현실적인 조건들이 제시된 제도와 함께 동거해왔다. 함께 공존하면서 예술이 해보려는 것들은 '실험'이었다. 실험은 편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펼치는 익숙하고 습관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기존과 다르고 위험할 수 있으며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출발할 수 있는 시도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는 것은 금지된 것을 해방하려는 동기에서 시작한다. 아직 연결 지어보지 않은 관계를 맺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행동을 부르는 힘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해보는 것, 지금의 것을 잃을 수도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만약 이러한 예술이 없다면 우리는 정해진 것들 내에서 정해진 대로 입고 먹고 자야 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다. 곧, 무엇을 실험할 것인지 따져보고 골라보고 찾아보는 호기심은 모든 인간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예술은 참여를 통해 각자에게 즐거움과 자유를 선물한다. 정해진 것을 허무는 방식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참여와는 다르다. 무엇을 왜 허물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알게 된다고 해도, 그 지식은 죽어있을 것이다. 다만, 뒤로 조금 물러서서 그 과정과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경험할 수는 있다. 하나의 예술에 속했던 시간은 각자의 판단을 불러일으킨다. 판단은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은 행동을 하게 한다. 행동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사회는 무엇을 함께 판단할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개인과 사회의 실천들은 모이고 모여서 좋은 것을 구성하려 애를 쓴다. 좋은 것에 대한 경험은 '행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행복을 정의하는 각자의 개인들의 판단 속에는 다시 한번 즐거움과 자유가 드러난다. 살아가는 와중에 만나는 크고 작은 예술들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예술은 이해되지 않는 조건과 형태로 구성된다. 이해가 되는 순간 예술은 현실의 일부가 된다. 예술가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잃고서 자신 안에 있는 명령 구조를 비워냈을 때, 창작에 돌입한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잊고, 능력이 없음으로 작업을 할 때 자유로운 행동을 자아낸다. 하지만 능력이 없음, 자유에 완전히 빠지는 순간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 안과 밖을 적절하게 오갈 때, 인간으로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인간성을 잃을 때는 야만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예술가는 현실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것과 예상되는 것을 벗어나고자 한다. 스스로의 정체성도 부정해보고, 원래 맺어왔던 관계도 끊어보면서 이전과 다른 경험을 창조한다. 이는 혼자서 떠나는 여행지에 가서 일기를 쓰고 숨겨두는 것과는 다르다. 무엇을 경험했든 결과적으로 '나'이외의 사람들에게 드러나야 예술이 될 수 있다. 결국 사회 없이는 예술이 없고, 예술 없이는 사회가 어려워진다. 예술은 태생적으로 자유를 뜻한다. 근래처럼 돈이 즐거움과 자유를 모두 선점한 경향이 짙은 사회에서 예술은 가려지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돈이 즐거움과 자유를 넘어 예술까지 만들 수 있는 사회에서 예술이 되면 뭐가 좋을까? 돈이 되지 않는 동기를 통해 행동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술까지 소유하게 된 돈은 변화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들에 적응하도록 열리는 예술적인 대회들은 능력과 성공을 부를 수 있다. 이곳에서 예술이 되려면 변화하지 않는 즐거움을 통해 실패하는 경험을 감각해야 한다.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 도전을 통해서 '나'자신에서 일어나는 '조화'를 실험해야 한다. 예술이 되면 또 한 번 돈으로 이뤄진 현실 너머에 다녀올 수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예술이 되었을 때에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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