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 방향에서 벗어나 자연을 바라보기
누군가를 설득하는 작업의 마지막에는 행동을 촉구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은 방향을 향해서 나아가는 집단과 공동체에게는 스스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입장에서 체계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성은 늘 지적되어 온 난제였다. 비판자들의 말 대로 나아지지 않은 상황의 현실은 아직 설득당한 편의 수가 적고,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에 갇히게 된다. 결국 다수가 믿고 따르고 있는 체제가 낳는 부작용이나, 더 나아지도록 만들지 못한 체 끌려가는 시간들이나 모두 같은 원인 제공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연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를 직접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비판도 수용하고 개정할 수 있는 존재임이 틀림없는 걸까?
프랑스 일간지《르몽드》의 자매지이자 국제관계 전문 시사《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득 담고 있다. 이 내용을 읽은 사람들 중 일부에게서라도 동의를 이끌어 내면 정말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힘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체제나 인식에 대한 대규모적 실험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과 권위 있는 연구자들의 추측을 반영하여 살펴보는 것이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전부에 해당한다. 이는 인간이 원래 이기적인 존재이며 악과 갈등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하여 확신을 가지거나, 과거와 현재에 벌어지는 일을 과학 법칙처럼 믿는 관점은 내용만 다를 뿐 보고 싶은 것을 보려 하는 주관이 도드라지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2008년 세계 경제 대위기가 일어나는 시점과 그로 인해 펼쳐질 수 있는 국가들의 대응을 미리 알고 대비한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요소들이 위험할 수 있고 걱정을 뒤로 준비할 만한 방책들에는 무엇이 있는지까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 쏟아진 비판과 우려의 시선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다. 2008년이라는 기폭제가 터지기 전부터 동일한 톤과 태도로 체제에 대한 단점을 명확하게 짚어냈다면 지금보다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8년 이후에 체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기는 했으나 긍정적 평가가 비례하여 줄지는 않았다. 오히려 강화된 긍정이 확산되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인간이 스스로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관련 필진들은 대안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현재 경제 체제가 모두 품지 못하거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비영리나 무상 성격을 가진 단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다. 산업화가 일어나기 전, 인류 중 일부가 경험한 실험 내용 중 알맞은 것을 골라오는 선택이다. 개인과 시장이 모두 포괄할 수 없는 공적인 영역에서 함께 모은 기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을 관리하는 것 역시 인류 역사 상 몇 번씩 시도했다가 정착되지 않은 모델이었다. 결국 안정적으로 아이디어를 확산시키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이유는 체제의 견고한 힘에 의해 실패한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엉성한 판단일 수 있으나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생에 걸쳐서 19세기부터 발전한 경제학 사상들과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연구하여 알아내겠다는 결심을 한 경제학자가 있다고 보자. 그 연구자는 체제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까지는 도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해석이다.
인간은 체제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대변할 수도, 반대하는 입장에 설 수도 있다. 그러나 힘이 없는 세력은 뜻을 관철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역사 속에서 성공했던 실험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영원한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준 적 도 없었다. 가치관에 부합하거나 삶의 궤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노선에 올라타서 체제를 바라볼 수는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압박과 비판을 위한 비판을 넣어 유리한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쪽에 속한다고 해서 해당 모임이 인간을 목적 자체로 여기지 않고 수단적 존재로 본다고 여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에 해당하건 인간은 인간에게 이로운 쪽을 택할 것이다. 인간 대 인간끼리 싸운 결과는 최종적으로 같은 인간의 힘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다. 아무 말도 생각도 하지 않고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는 대상이 있다. 자연은 어떤 목적이나 수단을 지닌지와 상관없이 일단은 늘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