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시간 산책

기억할 수 있는 꿈 꾸는 시간에 대하여

by Rootin

하루에 1시간씩 바깥 산책을 다녀온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는 자유롭게 택하고 장소가 매번 바뀌어도 괜찮다.

스마트폰은 들고나가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통화는 하지 않고 노래도 듣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을 염두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걸 내려놓고 걷기만 하면 된다.


산책을 하는 이유는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스마트폰 속에, 업무 속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내가 있다면,

그냥 본연 모습 그대로의 나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무런 제약이나 꾸밈없이 산책을 하다 보면 비로소 자유로운 상태의 내가 발견된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대화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또 합쳐지고 기억되는 시간이다.


살고 있는 공간이나 업무 공간이나 스마트폰 속에서나

너무 많은 콘텐츠와 물건들과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그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매일 많은 정보량이 쏟아지고, 1주일 전에 다뤘던 일을 오늘도 다루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그 방대한 정보와 아이디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 시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다.


분명 책상에 앉아있을 때도 오늘은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 하고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혹은 자기 전에 누웠을 때도 내일은 이런저런 것들을 해봐야겠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산책하는 시간에는 바로 이러한 생각과 예상에 대한

스스로의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굳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한정된 자원과 가야 하는 목표에 대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할 수 있는 선택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나중에는 꼭 이런 것들을 해봐야지', '이런 걸 해보면 재미있을까?'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은

본인이 스스로 결단하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부터 발동된다.

사느라 너무 바쁘고, 바쁜 와중에 사이사이 시간에 스마트폰의 정보에 시선이 뺏기다 보면,

나중에 해보고자 했던 이벤트는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고 실제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산책을 하는 동안에는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간편하게 상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예전에 시도해봐서 재미있었던 경험도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았고 가벼운 복장으로 나선 상태에서는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의식의 상태에 해당하는 꿈 꾸는 시간 동안

과거에 겪었던 경험에 대한 감정, 느낌과 상상 속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을 보는 듯한 시간을 보내다가 잠에서 깨어버린다.

때에 따라서 또렷하게 인물, 배경, 스토리가 모두 기억이 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정확한 서사와 장면을 모두 기억을 하지는 못한다.

심지어는 왜곡을 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잠자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혼자 누워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동안에는 읽고 쓰고 말하고 먹고 움직이고 별 것들을 다 해야 만 한다.


산책하는 시간은 무의식이 아닌

의식을 가지고 있는 순간에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감정과 느낌을 드러낼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산책코스이지만,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가벼운 상태로 정리되고 편집되고 중요한 것 만 남게 된다.


의식적으로 내가 가진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라면

매일 1시간씩 산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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