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 더 스카이>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제로 다크 서티>, <허트 로커>가 있죠. 물론 그 보다는 스케일이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서스펜스의 세기로는 뒤지지 않습니다.
영화 보면서 생각하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딱 맞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조였다 풀었다 하는 솜씨가 일품이거든요. 개빈 후드 감독의 전작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보고 선입견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알란 릭맨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고요.
'케냐의 아지트를 폭격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영화의 핵심 내용입니다. 폭탄 테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아지트를 찾아내고, 그 곳을 폭격할지 말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죠.
누구의 생명을 어떤 방법으로 지킬 것이냐, 그 과정에서 생기는 희생을 어떻게 볼 것이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느냐, 과연 진정한 정의는 무엇이냐... 이런 묵직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아프리카 이슬람 과격단체 동네에 가 본 적 없고, 폭격이나 공습 작전에도 참여해 본 적 없는 이들이라도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 작전에 투입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제법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개연성 있게 전개되죠.
서스펜스 가득하던 영화는 중반을 지나면서 한동안 블랙코미디로 전개됩니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럴듯한 명분으로 공을 넘기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죠.
물론 영화보다 훨씬 영화같은 시절을 지내고 있는 2016년 대한민국 국민으로써는 극중 인물들의 고민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고민의 수준이 저 정도만 되면 뭐가 문제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군인과 정치인, 가족과 남남... 어디에 속했느냐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어찌 보면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고,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딸 아이에게 줄 선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아버지는, 정작 다른 누군가의 딸 아이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 애를 쓴 군인들의 노력과, 테러범들이 가져올 더 큰 피해보다는 당장 정치적인 후폭풍만 고려하고요. 그런 식으로 에둘러 전하는 메시지가 꽤나 아프게 와 닿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소유냐 존재냐' 뭐 이런 책들을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반기실만한 영화입니다. 물론 통쾌하고 유쾌하게 달리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한 가지, 폭격 지시를 받은 파일럿이 하늘 같은 상관에게 무턱대고 대드는 이유가 좀 갸우뚱 하긴 합니다. 작전 도중 CCTV로 잠깐 본 아이에게 저렇게까지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있느냐는 건데요.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p.s. 전 영화 내내 꼬마가 팔던 빵 맛이 어떨까 궁금하던데.. 바게트 같거나 좀 퍽퍽하겠죠? ㅎㅎ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