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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Jan 06. 2017

관심없는 리더는 곧 재앙이다

영화 설리, 그 절반만 됐더라도

밀린 숙제 마냥 불어나는 뉴스

자고 일어나면 뉴스가 쌓여있다. 밤새 펑펑 내린 눈 마냥. 조금만 신경 안 쓰면 놓치기 일쑤. 내밀한 정보, 맥락을 꿰는 후문을 접할 수 없게 된지 2년. 신문과 방송,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접하면서 사건을 꾸준히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사건이 사건을 덮는 형국. 어지간한 뉴스에는 이제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답답함과 한숨이 차곡차곡 쌓인다. 비단 나 뿐이랴.


응당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사람들은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도 개의치 않는다.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을씨년스럽게 같은 말을 반복할 뿐. 난감해 하거나 진지하게 사과하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 정직하라, 성실하라, 올바르라고 할 수가 없게 된 것이 서글플 따름이다.

청와대가 지금처럼 조롱당하던 때가 또 있었던가


억울하다는 항변, 흐르는 피눈물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생전 하지 않던 간담회를 자청했다. 지금껏 진짜 질문은 한 번도 받지 않고, 짜여진 질문에 쓰여진 답만 하던 그녀다. 어느때보다 열심히 몸짓 손짓 해가며 답하는 그녀의 말은 여전히 앞뒤가 맞질 않았다. 부산스럽고 난잡한 문장의 야마(주제)는 하나다. "나는 억울하다. 나는 떳떳하다. 나는 모르겠다." 


피눈물의 심정을 이제야 이해했다는 그녀. 그런 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마음에선 피가 철철 솓구친다. 솔직히 그녀에게 대단한 학식과 명철함을 기대했던 이가 있던가. 남보다 조금 몰라도 그저 사심 없이, 원칙을 지키고 약속을 지킬 거라 생각했던 게지. '피눈물이 흐른다'는 말 뜻을 그녀가 이제 이해했듯, '피가 거꾸로 솓는다'는 말의 뜻을 나는 이제사 이해했다. 

제대로 된 질문이라도 나왔다면 이리 답답하진 않을텐데


민주주의, 권력 그리고 헌법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을 나누는 데 있다.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므로. 힘을 쪼개고 서로를 견제하게 만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괴물이 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수장을 그리고 의회의 수장을 존중하고 어려워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그마저 무너지면 다수의 사람이 희망을 잃게 된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아비를 흉탄에 잃은 그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누구보다 중하게 여긴다는 그녀. 헌법을 수호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나라를 이끌겠다던 선언이 무색하게, 그녀는 헌법을 유린했다. 건달의 세계에도 수준과 품격이 있고, 그래서 이를 어기는 잡범과 자신들을 동일하게 여기는 것에 학을 떼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위층의 수준이 말할 수 없을만큼 참담하다.

리더가 가진 자질과 크기의 80% 만큼 조직은 굴러간다


피하지 말고 직면하자

민주주의에 관심 없는 리더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어떤 기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왜 그 조직을 그렇게 설계했는지 모르는 리더라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 깜빡이가 왜 존재하고 그걸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는 이가 운전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런 무지랭이에게 대형 버스, 여객선, 비행기를 맡긴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 우리는 그런 이를 뽑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돌려받고 있다.


지나간 일을 끄집어 내 트집을 내자는 말이 아니다. 같은 실수,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거다.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권력과 조직의 속성을 아는 이를 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막힌 언로를 뚫고, 쫓겨난 이들을 복직시키고, 귀양간 이들을 불러들여야 한다. 어수선한 시국을 속히 정리하자며, 창피한 상황을 빨리 모면하자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힘들더라도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되돌려야 한다. 뼈아픈 2016년의 기억을 또 마주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김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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