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뉴스에 밀리는 상황이라니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신기함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꿈을 꾸는 건가 싶어서. 이렇게 근엄하게 나무라고 야단칠 수 있다니. 물론 그게 언론의 역할이긴 하지만, 그럼 지금까진 왜들 그랬나 싶어서. 생각할수록 낯뜨겁고 어색하다. 나만 그런가.
괜히 나섰다 피곤해질까 스스로 입을 닫던 게 불과 반년 전이다. 모두들 당연히 그래야한다 여겼다.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 하는 자들을 보면서는, "지목한 부위가 앞다리냐 뒷다리냐"만 논했다. 그렇게 현란한 '기술'을 쓰는 사이 더러는 진짜로 멍청이가 됐다.
정권말이 되자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꼬집는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재난 앞에 우왕좌왕하고,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비틀대는. 정부와 관료, 지도자들을 매섭게 질책한다. 그치만 다들 시시하고 진부하다. 뉴스만큼 충격적이지도 참신하지도 않아서.
근데 따지고 보면 영화를 탓할 수 있나 싶다. 더 킹의 촬영은 2016년 2월~7월, 판도라의 촬영은 2015년 3월~7월에 이뤄졌다. 임금님 귀를 논할 수 없던, 블랙리스트가 작동하던 서슬퍼런 시절에. 꿈이나 꿨겠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판이 뒤집힐 거라고.
작품이 후지다고 탓하기 전에, 후져진 사회를 탓하는 게 순서다. 제한 없이 상상하고 가능한 모든 걸 끌어 모아도 모자랄판에, 이건 이래서 누군 저래서 안 된다며 재갈을 물렸으니.. 번듯한 선수들 모셔다 이 정도 얘기하는 게 대단한 용기가 돼버렸다.
영화는 영화로, 뉴스는 뉴스로, 책은 책으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사회. 그러려면 정치와 권력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와 권력이 제정신이려면 우선 뽑는 이들 멀쩡해야 하고. '이럴 줄 알았나'는 변명은 한 번으로 족하다. 제대로 좀 보고 제대로 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