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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Feb 22. 2017

소리 없이 통곡하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가족을 잃은 고통에 대하여

누구도 소리치지 않지만, 내내 먹먹한 영화입니다. 자녀와 형제를 잃은 사람들, 아버지와 친구를 떠나 보낸 이들의 이야기죠. 생각하기 싫은 일을 겪고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진중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케네스 로너건이 직접 쓰고 연출했습니다. 최루탄을 쏘듯 울음을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슬픔의 강도가 세게 느껴집니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견디는 일에 대해서도 곱씹어 생각하게 되고요. 여운이 아주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면.. 이 사진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스토리: 마음 속 로드무비

리(캐시 애플렉)는 아파트 관리인입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죠. 어느날 형(카일 챈들러)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그리고 급히 고향인 맨체스터로 올라가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와 함께 장례를 치르고,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합니다. 과거 상처 때문에 고향에 머무는 게 어려운 리는 형의 죽음을 수습하는 와중에 옛 형수와 전 부인을 만나기도 하죠.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이음새가 참 절묘합니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지기 쉬운 플래시백을 이렇게 훌륭하게 사용할 수도 있구나 싶어요. 응어리진 상처를 드러내는 방법도, 그걸 넘어서려 애쓰는 모습도.. 차분한 연출에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걸 대사에 담아 애써 설명하지도, 소리지르며 폭발하지도 않는데도 말이죠.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묵직하게.

모든 불행은 갑작스레 찾아오죠. 견디는 건 각자의 몫이고요


연기: 직면하게 만드는 사람들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 다양한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캐시 애플렉의 무덤덤하고 절제된 연기가 정말 일품이고요, 철딱서니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픈 루카스 헤지스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단역부터 조연, 주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여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그것이 가져오는 아픔과 절망을 견뎌내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사람들.. 연령과 국적, 인종을 뛰어 넘는 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품격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뜬금 없어 보이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까지.

죽음을 직면하지 않고 삶의 귀함을 알 순 없는 법
여자의 편에 서면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추천: 스크린 너머 삶을 보는 이들에게

가족과 죽음, 불행과 위로, 인내와 희망.. 이런 주제가 훌륭한 영상과 연기에 잘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의 인생을 통해 나와 내 주변 삶을 돌아보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유쾌 발랄한 로맨스 영화를 '결혼식'에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장례식'이 되겠네요. 현명한 이들은 후자를 더 챙긴다는 말이 있다죠? ^^


데이트 영화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네요. 영화 선택에 있어 행복함과 유쾌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이라면 좀 힘들수도 있습니다. 대신 죽음과 아픔을 다루면서도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이진 않습니다. 호된 겨울의 끝자락,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그런 영화라고 할까.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진정한 위로는.. 어쩌면 말이 없어야 하는 건지도 몰라요


p.s. 벤 애플렉이랑 알렉 볼드윈 아니냐는 사람들.. 분명 있을 걸요? 암요 ㅋ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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