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추억할, 다시 만날 결심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by CINEKOON

헤어질 결심을 끝마친 장기연애 커플. 결혼한 사이는 아니었으니 이혼서류에 도장 쾅 찍고 끝낼 필요도 없이 그냥 뒤돌아서 자기 갈 길 가면 됐다. 하지만 여자가 영화감독이라서 그랬을까? 그러나 남자가 영화배우라서 그랬을까? 두 사람은 그 긴 연애 서사를 차마 그냥 그렇게 끝마칠 수가 없었나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의 얼굴이 되는 사람, 그 두 사람은 그래서 희대의 이별식을 거행하고자 한다. 두 사람의 지인들을 모두 초대해, 만남이 아닌 헤어짐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파티를 진행하기로 한 것.


단순하면서도 굳이 그렇게 해야하는지 주인공들에게 자꾸 되묻게 되는 흥미로움을 지닌 이야기. 이야기가 가진 기본적 힘이 그러할진대,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거기다 참으로 영화적인 방식을 가미해 색다르고 오묘한 맛을 추가한다. 흔히들 영화를 '편집의 예술'이라 부르지 않는가.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바로 그 '편집'의 과정을 두 주인공의 연애와 이별에 빗대 형이상학적 순간으로 도약한다.


편집이란 필름 또는 영상 파일을 컷 단위로 잘라내고 붙여 이야기에 연속적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편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을 '보고 또 봐야하는 것'에 있다. 당신이 좋든 싫든 편집을 위해서라면 같은 컷을 보고 또 봐야한다. 수많은 엇비슷한 쇼트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은지를 판별해내고 그걸 다른 쇼트와 이어붙여 그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또는 부자연스러운지를 계속 반복해 봐야한다. 그러므로 편집은 어쩌면 끝없는 반복의 예술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의 두 주인공, 특히 그 중에서도 영화감독으로서 그간의 연애를 편집으로써 목도하는 알레는 그로써 계속해 지난 연애와 지난 추억들을 복기하게 된다. 그런데 무언가를 보고 또 보게 되다보면 모름지기 정이 붙게 되지 않나. 없던 정도 새로 생기게 된다. 그래서 알레는 자꾸 갈등하게 된다. 헤어지는 게 맞는 걸까? 헤어지기엔 우리 참 좋았었는데. 그리고 그건 배우인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로 겪게 되는 과정이고.

두 사람의 이별을 못박아두고 시작하는 영화이면서도,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내내 알레와 알렉스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 한쌍인가를 은은하게 계속 보여준다. 알레와 알렉스는 잠시 언성을 높이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쉴새없이 합을 맞춰 자연스레 대화한다. 별 거 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한 번쯤 토론해봄직한 주제들까지 모두를 포괄한다. 더불어 오밤중 알레가 습관적으로 악몽을 꾸며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 알렉스는 매일 밤 그래왔다는 듯 자연스레 만져줌으로써 그녀를 진정시킨다. 때문에 영화를 보다보면 이토록 잘 맞는 두 사람이 대체 왜 이별하려 하는지 궁금하게 된다. 헌데 영화는 또 그 이별의 이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이 너무 예뻤다. 이게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이조차 영화 속 영화로 번안된 추억의 환상인지 제대로 설명되진 않지만 알레와 알렉스가 치러낸 이별식이 너무 애틋했다. 모두 함께, 만남보다 헤어짐을 기념하자는 약속. 반가움보다 아쉬움을 기록하자는 결심. 그 순간이 너무 예뻐서, 극중 모든 지인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레와 알렉스가 결국엔 다시 '시작'했을 거라 믿고 싶었다. 회자정리가 있으면 거자필반이 또 있는 법이잖아. 알레와 알렉스에겐 그 거자필반의 주기가 조금 더 빨랐을 뿐이라고 믿는다. 


tempImagewo2SAh.heic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 호나스 트루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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