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
'새것도 결국 헌 것이 되기 마련이야.'
'인생의 빈틈을 모두 다 메우고 살 수는 없어.'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남는 대사였다. 그래 우린 그걸 부정할 수 없지. 모든 새로운 것들도 결국 질리기 마련이고, 우리는 늘 새롭고 짜릿한 것을 찾아 헤매니까. 그리고 구멍 없고 흠집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 말야, 사랑 앞에서는 아는 것도 모르는 게 되니까 문제인 거지.
마고(미셸 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와의 결혼생활 자체는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루는 따뜻했고, 가정적인 남자였으며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집' 같은 남자였다. 그런데도 마고는 끊임없이 루에게 애정을 갈구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듯이. 제아무리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한 루도 그런 마고에게 지칠 때가 있는 게 당연한 법. 그리고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낯설고 새롭고, 또한 하필이면 매력적이기까지 한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이 마고의 앞에 나타난다. 게다가 그 남자가 사랑한다고 나를, 겨우 이런 나를? 바람이 휑하니 부는 텅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런 마주침이란. 이제야 비로소 구멍 없이 꽉 들어차게 맞을 제 짝을 찾은 것 같을 테다.
불꽃같이 강렬한 사랑도 시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세월은 또다시 모든 걸 무뎌지게 만들었으니까. 마고와 대니얼이라고 별 수 있으랴. 익숙함은 지루함을 낳고, 지루함은 서로에게 독이다.
나는 여전히 마고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고는 마치 다섯 살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애정을 원한다. 루가 업무 전화를 하고 있을 때 그런 식으로 방해를 하는 것도 납득이 안 됐다. 나였으면 통화가 끝나고 소리를 지르며 싸웠겠지. 결국 나의 빈 공간이란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나 스스로 채워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자마자 우습게도 내게도 마고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 좀 그만 외롭게 하라고, 더 이상 당신 때문에 외롭긴 싫다고. 마고처럼 칭얼대면서 옆에서 관심을 끌지 않았을 뿐, 사실은 속으로 그에게 삐지고 미워하고 있었잖아. 그러다 막대사탕 같이 사랑 하나 쥐어주면 금세 마음이 풀렸지. 그렇다면 나도 판단을 흐리게 할 만큼 새롭고 강렬한 사랑이 찾아오면 당신을 버리고 훌훌 떠나버리게 될까.
그러니, 구멍 숭숭 난 수세미가 되어서 축 늘어져버리기 전에 서로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자. 아니, 그보다 내가 먼저 빛나는 사람이 되어 볼게. 허기짐과 공허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옆에 누군가 없다는 이유로 사랑을 갈구하느라 눈이 멀지 않게. 새로운 것도 헌 것이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지만 아주 오랜 세월 사람의 다정한 손 때가 묻은 가구 같은 건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나기도 하잖아. 모든 구멍을 메우면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구멍이 더 생기지 않게 노력할 수는 있잖아. 그런 게 사랑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사랑일까,
그냥 우리는 사랑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