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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by 유마치 Feb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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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도 결국 헌 것이 되기 마련이야.'

'인생의 빈틈을 모두 다 메우고 살 수는 없어.'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남는 대사였다. 그래 우린 그걸 부정할 수 없지. 모든 새로운 것들도 결국 질리기 마련이고, 우리는 늘 새롭고 짜릿한 것을 찾아 헤매니까. 그리고 구멍 없고 흠집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 말야, 사랑 앞에서는 아는 것도 모르는 게 되니까 문제인 거지.


마고(미셸 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와의 결혼생활 자체는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루는 따뜻했고, 가정적인 남자였으며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집' 같은 남자였다. 그런데도 마고는 끊임없이 루에게 애정을 갈구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듯이. 제아무리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한 루도 그런 마고에게 지칠 때가 있는 게 당연한 법. 그리고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낯설고 새롭고, 또한 하필이면 매력적이기까지 한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이 마고의 앞에 나타난다. 게다가 그 남자가 사랑한다고 나를, 겨우 이런 나를? 바람이 휑하니 부는 텅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런 마주침이란. 이제야 비로소 구멍 없이 꽉 들어차게 맞을 제 짝을 찾은 것 같을 테다. 


불꽃같이 강렬한 사랑도 시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세월은 또다시 모든 걸 무뎌지게 만들었으니까. 마고와 대니얼이라고 별 수 있으랴. 익숙함은 지루함을 낳고, 지루함은 서로에게 독이다.


나는 여전히 마고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고는 마치 다섯 살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애정을 원한다. 루가 업무 전화를 하고 있을 때 그런 식으로 방해를 하는 것도 납득이 안 됐다. 나였으면 통화가 끝나고 소리를 지르며 싸웠겠지. 결국 나의 빈 공간이란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나 스스로 채워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자마자 우습게도 내게도 마고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 외롭게 하라고, 이상 당신 때문에 외롭긴 싫다고. 마고처럼 칭얼대면서 옆에서 관심을 끌지 않았을 뿐, 사실은 속으로 그에게 삐지고 미워하고 있었잖아. 그러다 막대사탕 같이 사랑 하나 쥐어주면 금세 마음이 풀렸지. 그렇다면 나도 판단을 흐리게 만큼 새롭고 강렬한 사랑이 찾아오면 당신을 버리고 훌훌 떠나버리게 될까. 


그러니, 구멍 숭숭 난 수세미가 되어서 축 늘어져버리기 전에 서로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자. 아니, 그보다 내가 먼저 빛나는 사람이 되어 볼게. 허기짐과 공허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옆에 누군가 없다는 이유로 사랑을 갈구하느라 눈이 멀지 않게. 새로운 것도 헌 것이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지만 아주 오랜 세월 사람의 다정한 손 때가 묻은 가구 같은 건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나기도 하잖아. 모든 구멍을 메우면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구멍이 더 생기지 않게 노력할 수는 있잖아. 그런 게 사랑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사랑일까, 

그냥 우리는 사랑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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