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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Oct 19. 2022

영화와 영성(Spirituality)(2)

영적주제가 드러난 작품들의 세계


영성이 숨겨진 혹은 드러나있는 영화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판타지나 SF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영화나 갱스터필름, 필름 느와르나 드라마 등 그 영역이 다양하다. 이는 영적인 주제가 대중문화의 여러 영역에 즉 게임, 애니메이션, 텔레비전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어지는 것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틴 스콜세지 같은 거장 감독의 필모그라피의 다수를 채우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갱스터나 느와르 작품들 - <성난 황소들>,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디파티드>,<갱스 오브 뉴욕>부터 <아이리시 맨>까지 - 과 최근에 만든 작품 <사일런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의외로 '구원'의 문제이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스틸 컷
영화 <사일런스> 스틸컷


<사일런스> 촬영장에서 스콜세지 감독


할리우드가 즐겨 다루는 젊은이의 방황과 일탈, 그리고 성장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의 엔딩 씬을 기억해보자. 몇 차례의 시련과 위기를 겪은 주인공들은 영화의 말미에 대게 어딘가로 홀로 떠난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대상과 자신을 얽매던 집이라는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혹은 더 새롭고 가치있는 것을 찾아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가족과 젊은이의 방황을 다룬 영화들도 있다.   예를 들면,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주인공 길버트(조니 뎁)는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집과 가족을 피해서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가족을 지키며 책임을 다하려 한다. 또 이 영화의 엔딩에서 길버트는 혼자 떠나지 않는다. 지적장애인인 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손을 잡고 함께 길을 나선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만 괴롭고 불편한 현실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며, 관계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돌봄의 영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스틸 컷


가족이나 인간관계 안에서의 문제를 다룬 영화들에게서 보여지는 이러한 '영성'이 비단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그랜토리노>(2006)의 주인공 월터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한국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온 후, 자동차 공장에서 줄곧 일하다가 은퇴한 폴란드 출신 노인으로 무신론자에 인종차별주의자이다. 그에게는 한국 전쟁 참전의 경험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있다. 그의 자동차 '그랜토리노'가 인연이 되어 그는 이웃집 몽족 소년 타오와 우정을 나누게 되고 갱단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타오와 그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다.


이 영화에서 아내와 사별한 월터는자식들로부터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양로원에 들어갈 것을 강요받지만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나름대로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영화에서 '노인'은 보통 사회에서 고립되고 단절된 존재이거나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 약화된 무력한 존재로 재현되거나 육체와 정신이 쇠약해진 모습으로 흔히 보여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월터는 자신과 다른 타인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소통을 통해 변화해가며, 무엇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대면하고 성장해가며 끝내는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한 '내어줌'을 실천한다. 


영화 <그랜토리노> 스틸 컷



우리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많은 작품들이 비록 상업영화의 틀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포괄적으로 '영적 주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몇몇 영화들의 사례를 통해 찾아보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영성 '개념의 확장성과 개방성으로 인해 자칫하면 모든 영화들이 이 주제를 어느 정도는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인지하면서 앞으로 이 개념을 더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범주를 일반화한다는 한계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이 주제에 천착하는 것은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공유된 사회적 불안 요소들, 그리고 글로벌 정치 상황과 연관지어볼 때 할리우드에서 이런 주제와 연관된 작품이 대거 등장한 현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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