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이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밥상머리에 모여 앉았다.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들 오랫동안 꾹꾹 눌러쓴 편지를 꺼내 읽고 있는 모양이다. 그 편지는 분명 투박하게 찢은 종이 위에 마음껏 흘려 쓴 모양일 것이다. 어딘가 있을 내 편을 떠올릴 때마다 써 내려간 편지는 마치 오늘을 기다린 듯 소리 내어 읽히고 금세 사그라진다.
눈, 코, 입, 한 구석이라도 닮은 사람들끼리 모인 둥근 밥상머리에선 저마다 부끄러움 따윈 잊고 너덜너덜한 편지를 가슴속에서 꺼내고야 만다. 그 모습이 애달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도 으레 큰소리로 타박을 준다. 아프게 한 것을 쥐어박듯이 아픈 그를 다그친다. 곁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은 늘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지 못해 아파한다.
돌아오는 길에 삼촌이 급히 쥐어준 꼬깃한 지폐를 차마 택시비로 낼 수 없었다. 지난해 유독 아팠던 삼촌은 오늘 저녁 오래도록 부여 쥔 편지를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어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를 읽어주는 그가 있어 다행이다. 때론 그 소리가 서로에게 한 숨을 터트리게 할지라도, 우린 결국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밥상머리에 둥글게 모여 앉은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