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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랩 Oct 13. 2022

[BIFF 데일리] 절대 미화되지 않을 기억

<클로즈> 리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공동 수상에 빛나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매우 사적인 기억에 가까이 다가가볼 수 있는 영화 <클로즈>는 성정체성을 다룬 작품 <걸>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번에도 역시 사회가 강요하는 틀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렇지만 너무나도 보통의 인물을 이야기한다.



작품의 배경이자 루카스 돈트 감독의 출신지인 벨기에는 2003년,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동성혼 합법화를 이뤄낸 국가이다. 인식은 제도를 뒤따르기 마련이고, 해당 제도가 갖춰진 지 약 20년이 흐른 현재 벨기에 국민의 82%가 동성혼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편견은 존재하며, 동성결혼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동성애에 관해선 거부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클로즈>는 꽃이 만개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두 소년의 모습으로부터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박찬욱 감독의 작품 <아가씨>에서 히데코와 숙희가 들판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의 해방감이 느껴지는 두 소년의 질주는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을 것 만큼 강인하며 아름답다. 이렇게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이던 두 소년은 새 학기가 시작됨과 함께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될 건 없지만 이상하다는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또래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칼이 되어 이 둘의 관계를 조각내고, '레오'를 고정관념이라는 틀 안으로 밀어넣고 만다. 그렇게 레오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하는 등 사회가 남성적이라 규정하는 것들에 몰두하며 래미를 자신의 울타리에서 몰아내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래미의 세상은 무너져 내리고, 관계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청소년기의 한 소년의 삶도 함께 무너져버리고 만다. 레오는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학교에 나가고, 아이스하키를 하며 일상을 유지하려 하지만, 전혀 괜찮을 리 없는 레오는 다른 사람의 등을 보는 순간 감춰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지고 만다.


한때 자신의 전부였던 친구는 떠났지만, 레오는 이 추억을 그대로 안고 살아갈 것이다. 영화의 끝자락에 레오가 혼자 들판을 달리는 장면에선 초반 들판씬에서 느껴지던 해방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레오'의 모습을 통해 이 소년이 잔혹한 세상을 결국 살아낼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기억을 온전히 갖고 결국 살아낼 것이며, 세상의 수많은 '레오'들 역시 살아내리라.


루카스 돈트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 2022 | 104min | DCP | Color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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