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이 꽁꽁 얼어 붙어버린 올해, 과연 코로나 팬데믹 속 영화제들은 어땠을까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여파로 2주가 연기되면서 규모를 축소하여 개막하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는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여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칸 영화제는 2020년 개최가 무산되기도 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세계 5대 영화제로 꼽히는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지난달 부분 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의 데이비드 피어 기자는 "제45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돌아보며, 올해 에디션은 작년과 비교해 상당히 달랐을 거라 생각된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 영화제를 열고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TIFF에게 찬사를 보낸다." 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최고의 영화 리스트를 위한 10편의 영화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매년 그렇듯이, 의외의 분야에서 놀랄 만한 최고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TIFF, 영화 고마워. 2021년에 직접 말할 수 있길 고대할게” 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피어가 직접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가하고 관람하여 뽑은 작품 10편!
최고 10편 리스트에 오른 영화 놓칠 수 없죠. 영화인들이 반한 화제작을 함께 알아봅시다!
American Utopia <아메리카 유토피아>
감독 스파이크 리는 최근 데이비드 번의 브로드웨이 공연 예술을 포착함과 동시에 단순한 콘서트 영화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영화제작자와 음악가 사이의 즐거운 협업으로 데이비드 번과 가수, 댄서, 그리고 연주자들이 함께 관객의 영혼들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작과 마찬가지로, 두 시간 동안의 데이비드 번의 아웃사이더-예술적-낙천적인 아름다운 쇼케이스는, 제목의 두 글자가 모순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아메리카 유토피아>는 데이비드 번의 최근 앨범과 동명의 투어를 바탕으로 화려한 2019 브로드웨이 쇼를 담은 작품이다.
Ammonite <암모나이트>
감독 프란시스 리의 <암모나이트>는 LGBTQ 영화인 시골 로맨스 <신의 나라>(God’s Own Country)에 이은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이번에는 18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케이스 윈슬렛)과 젊은 상류층 여성 샬롯 (시얼샤 로넌)이 영국의 바위투성이 바다를 따라 그들의 욕망에 굴복한다. 화석이 그 둘의 열정에 연료를 붓지만, 가부장제와 엄격하고 억압적인 체계가 그들을 좌절 시키려고 한다. 두 배우 모두 놀라울 정도로 최소한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그들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완성시켜 준다. 끝으로 가면, 많이 웃고 울 수 있는 영화로, 무거운 시대의 조각 그리고 애끓는 사랑하는 이들 모두를 위한 영화다.
영화 <암모나이트>는 19세기 도싯에서 홀로 사는 고생물학자와 슬픔에 잠긴 부유층 여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이다.
City Hall <시청>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은 “우리가 실제로 이 도시에서 하는 일을 잘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것은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이 해야 할 일인데, 대도시에서 대략 1년 동안 관료의 삶을 담은 4시간 30분의 기록을 통해 단편적 사실에서 결론을 도출해버리는 실수를 바로잡아 줄 것이다. 이 영화는 옛날 영화제작사의 작품들처럼, 참전용사, 부유층, 귀족 혈통, 블루-칼라 노동자, 상아탑(속세의 근심 걱정과 격리된 장소나 상황) 대학 교수, 시위자 등 한 기관의 내부를 면밀히 바라본다. 이것은 시민 의식의 서사인데, 사실상 현자의 모든 문서들처럼, 긴 러닝타임조차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하고 통찰력이 풍부한 일상의 벽화인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거장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청>은 인종차별, 주거문제, 기후 움직임 등의 주제로 보스턴 시청을 서사적으로 바라본다.
The Disciple <제자>
사법 제도를 해부한 영화 <Court>(2004)의 감독 차이타냐 탐하네 (Chaitanya Tamhane)가 인도 고전음악을 연주하고 연구하는 젊은 청년(아디타 모닥)(Aditya Modak)를 바라보는 영화로 돌아왔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창의성이 소모적인 집착으로 변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찢어 놓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흥미롭고 아름답게 구성된 연구로, 수많은 핵심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가 자기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없을 때, 예술가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예술의 정의로운 수호자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전통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삶의 공급을 끊기 시작하는가?
차이타냐 탐하네 감독이 훌륭하게 연출한 두 번째 장편에서는 인도 고전음악에 헌신한 일생 동안의 여정을 살펴본다.
The Father <더 파더>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감독 플로리안 겔러가 자신의 수상작인 연극을 스크린으로 각색한 이 작품을 놓친 분들은 TIFF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속 한 노인(안토니 홉킨스)이 치매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하며 그의 큰 딸(올리비아 콜먼)에게 의존해야 한다. 관객들은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주인공의 안정적이지 않은 관점을 통해 경험하고, 우리의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영화 속 벌어지는 일에 훨씬 더 몰입하게 된다. 영화 조연 배우들(아이모젠 팟츠, 올리비아 윌리엄스, 마크 개트니스, 루퍼스 시웰)을 포함한 주인공 홉킨스가 영화로 관객들 마음을 훔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배우는 여전히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고, 화를 내게 하고, 너를 눈물짓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영화이다.
영화 <더 파더>는 한 남자가 치매에 빠져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기발하고 환각적인 드라마다.
<MLK/FBI>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존 에드가 후버 FBI 국장과 적대적인 관계로 ‘민권 아이콘’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상에 대해 상세한 보고가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에드가 후버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험인물이라고 규정, 활동 내역을 감시하였다). 샘 폴라드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노벨상 수상자에 대해 고정관념이 얼마나 심한지 파헤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동시에 눈이 번쩍 뜨이고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미국의 베테랑 감독 스파이크 리의 오랜 편집자이자 ‘아이즈 온 더 프라이즈’(Eyes on the Prize) 시리즈에 참여한 감독 중 한명인 폴라드 감독은 매크로와 마이크로 레벨에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기록들을 엮는 데 전문가다. 20세기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 두 인물의 이중 초상화는- 행동주의의 유산과 정부의 권력 남용이 여전히 현 시대에 1마일이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더 적절한 순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샘 폴라드 감독의 <MLK/FBI>는 새롭게 밝혀진 기밀 문서 바탕으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와 괴롭힘을 탐구하는 마음을 깊이 울리는 영화이다.
Nomadland <노마드랜드>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올해 TIFF의 엄청난 히트작, 클로이 자오 감독의 중년 여성 이야기 <노마드랜드>이다. 베니스에서 North American premiere 최고상을 수상하고 토론토에서 관객상을 받은 이 작품은 21세기 이주 노동자의 삶과 여행의 의지를 담은 중년 여성 (프랜시스 맥도맨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수상 경력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주인공의 표류를 그린 드라마, 제시카 브루더의 2017년 논픽션 책을 소재로 한 작품 속 허구의 스핀은 맥도먼드에게 방황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고 말기 자본주가 급락한 나라를 냉철하게 바라본다. 영화는 어떻게든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동시에 치유되기도 하며, 이 여행자들을 희생자나 성자로 대하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마드랜드>의 주인공 프랜시스 맥도먼드은 감독이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 속에서 미국 서부의 광할한 풍경을 탐험한다.
Notturno <노투르노>
이라크, 시리아, 쿠르디스탄,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대한 3년간의 지안프랑코 로시의 보고서는 최전방이 아닌 주변 지역의 보고서다. 특히 교전사태와 후폭풍에 휘말린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전쟁의 삶을 독특한 움직임과 삶의 일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은 끊임없는 전투로 인해 일어난 절망과 파괴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The Fire at Sea> 영화감독은 먼 곳의 고통과 투쟁의 헤드라인 뒤에 진짜 사람들이 존재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이 격렬해져도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수상작인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노투르노>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중동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생한 초상화다.
Preparations to Be Together for an Unknown Period of Time
(직역: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함께 할 준비>)
2020 TIFF의 의외의 부분에서 오는 놀라움이 반갑다. 영화 속 헝가리 신경외과 의사 마르타(나타사 스토크)가 부다페스트로 돌아가기 위해 미국을 떠난다. 그녀는 학회에서 만난 동료 의사 (빅토르 보도)를 만나기로 되어 있다. 이 둘은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그런 인연이라고 마르타는 믿고 있다. 다만 그 남자는 둘이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릴리 호바트 감독의 두번째 영화는 불안정한 의료 전문가, 스토크의 항상 변하는 모습을 기반을 두며 저자극 스토커 스릴러와 스페인 드라마 <woman-on-the-verge-of-a-nervous-breakdown>의 캐릭터 연구가 들어가 있다.
릴리 호바트 감독의 두번째 장편인 이번 작품에서는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신경정신과 의사 주인공이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남자와 '사랑'으로 재회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Wolfwalkers <울프워커>
<캘리스의 비밀>과 <브레드위너>를 소개한 킬케니 기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툰 살룬이 내놓은 이 동화는 크롬웰 시대의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늑대인구를 없애기 위해 고용된 아버지를 둔 딸 로빈(아너 니프시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숲에서 루핀 포식자들과 마주쳤을 때, 로빈은 그들이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메브(에바 휘터커의 목소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빈 역시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며 둘 사이의 우정이 자라난다.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들의 적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올드 스쿨 애니메이션 특징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작품이다.
<켈스의 비밀>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17세기 아일랜드의 두 소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마법같은 그러나 믿기 어려운 우정 이야기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