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몰려와도 유머만 있으면 산다
좀비가 점령해버린 지구서
주인공들 낙관주의 돋보여
"좀비인 줄 알았어."
"나는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인데 어떻게 좀비가 될 수 있겠어?"
자신을 좀비로 오인해 사격할 뻔한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에게 메디슨(조이 도이치)은 웃으며 말한다. 13일 개봉한 '좀비랜드: 더블 탭'(더블 탭) 등장인물들은 이렇듯 지구가 좀비의 것이 된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농담으로 삶을 긍정해낸다.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던 시절은 이미 먼 과거의 것이라는 듯 그리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더블 탭'은 2009년 나온 1편 '좀비랜드' 후속작이다. 좀비로 세상이 망한 지도 이제 10년째,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콜럼버스, 위치타(엠마 스톤), 리틀록(아비가일 브레스린) 네 가족은 자신들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살아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콜럼버스의 청혼을 받은 위치타는 구속되기 싫다며 리틀록과 집을 떠나고, 새로운 멤버인 메디슨이 합류하면서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된다.
낙관주의가 빛을 발하는 영화다. 주인공들은 외부상황에 절망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듯 무엇이든 유머로 훌훌 털어버리고 움직인다. 메디슨이 팀에 위협이 될 만큼 낮은 상황 판단력을 보일 때 탤러해시가 콜럼버스에게 던지는 대사가 그렇다. "왜 쟤가 아직 살아 있는 줄 알아? 뇌가 없기 때문이야."('더블 탭' 좀비들은 인간 뇌를 먹는다.)
확인사살, 유산소운동 등 총 73가지가 넘는 이들의 생존규칙 또한 마찬가지다. 목숨을 부지하는 데 꼭 필요한 룰이라기보다는 세상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이들 외에도 지구에 남게 된 인류는 '이번 주의 좀비킬(Kill)', '올해의 좀비킬(Kill)' 등 상을 만들어 좀비를 더 멋지게 처단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엘비스 프레슬리 신발이 단지 발에 잘 맞는다는 이유로 착용하고, 텅 빈 백악관을 아지트로 삼는 것도 '과거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미래지향적 사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좀비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션 장면은 잘 버무려졌다. 그 역시도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쓰이기 때문에 현란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어색함 없이 매끈한 모양새를 갖췄다. 촬영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담당한 정정훈 감독이 맡았다. 아울러 '마블'에서 '말발 액션'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데드 풀' 시리즈 각본가들과 '베놈'의 루벤 플레셔 감독도 기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준다. 15세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