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와 <미드소마>는 같은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절망으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들

by 씨네프레소

(*이 리뷰는 결말이나 반전을 언급하지 않지만 작품 전개 방향을 예측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퀘스트 깨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건 특별히 액션이나 판타지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들도 상대방 마음 얻기를 퀘스트로 정해두고, 이를 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죠.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퀘스트가 손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어려워야 합니다.

주인공이 미션을 완수해 해피엔딩이 되든 완료를 못해 비극이 되든 말이죠.


대니(왼쪽·플로렌스 퓨)와 친구들은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하지 축제에 참가한다.


그러나 어떤 영화들은 애초에 깨기 어려운 퀘스트를 부여함으로써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죠.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전작 <유전>은 이런 분류에 딱 들어맞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가족들이 점점 미쳐가는 상황을 어떻게든 탈출하고 싶지만,

어느덧 불행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그 불행은 '유전'에서 오는 것이기에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피터 그레이엄은 엄습해오는 불행을 탈출하고 싶지만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유전'임을 받아들인다. 유리 속에 비친 자신이 유리 밖의 자신을 비웃으며 바라보는 것을 목격하는 모습.

이처럼 스토리텔러가 깰 수 없는 퀘스트를 부여하고, 주인공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관객은 즐거울 수 있습니다.

과연 절망의 바닥이 어디일지 궁금해하는 가학/피학적인 심리 때문이죠.

<아수라> 역시 비슷한 이유로 두터운 골수팬을 보유한 영화인데요.

관객들은 마치 '아수라장'으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끊임없이 추락해 들어가는 서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장례식장. <아수라>는 두 시간을 넘는 러닝타임을 지옥도로 가득 채웠다.

그래서 <아수라>를 재미나게 본 관객이라면 <미드소마>도 꽤 흥미로울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스웨덴의 한 마을 공동체 안으로 친구들이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마을은 현실세계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스스로 법칙을 만들고 자가동력으로 돌아갑니다.

공동체 구성원은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살하고, 그 시체는 거름이 돼 또다시 마을의 동력이 됩니다.

이 세계의 문화를 보면서 '흥미롭다' 또는 '끔찍하다'고 여기며 제삼자의 입장에서 축제를 즐기던 친구들은 곧 이것이 착각임을 깨닫습니다.

이 마을에 발을 들인 순간 '관찰자'가 아닌 그 공동체의 일부가 된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죠.

그들 역시 이곳에서 살아가거나 거름이 되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확실히 비정상적인 커뮤니티이지만, 이 사잇길로 들어가 굳이 축제를 보겠다는 사람도 정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무리가 마을의 불가해한 힘을 깨닫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오락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가 마을의 특이한 관습을 보는 것이고

둘째는 그 마을에 주인공들이 용해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그런 무기력한 기운을 느끼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불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별점(5개 만점)

미드 소마 ★★★

유전 ★★★★

아수라 ★★★

완벽한 아름다움은 공포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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